[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17회:미국 달러를 반값에 산다?

  • 등록 2017-05-01 오전 6:00:00

    수정 2017-05-01 오전 6:00:00

미국 100달러 지폐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나는 중국 사업을 모두 접을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귀국한 나는 서울서 또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국서 귀가 아프게 들었던 재외 한인과 한국인 사기꾼들이 퍼뜨린 사기 내용 보다 더 그럴 듯한 사기 수법이 서울에도 이미 파다했기 때문이다. 무비자로 이용할 수 있는 ‘배편’(배에서 비자발급)이 매일 있는데다 비행기만 타면 1시간 이면 오갈 수 있는 서울과 베이징, 천진이니 소문이 퍼지기는 어렵지 않았을 터. 이번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도 서울에서 이와 유사하거나 진화된 사기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당시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야겠다.

여기서 다시 장개석(1887~1975)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레 등장한다. 장개석 국민당 총재와 마오쩌둥(1893~1976) 공산당 주석의 운명적인 만남과 그들이 주축이 된 이른바 국공내전이 시작된다. 여기에 장개석의 국민당을 지원하는 미국이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을 궤멸시키기 위해 지원했던 군자금 목록 중에 미국 달러와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이 장개석 총재 손에 전달됐다. 그 돈을 보관하고 있던 국민당 고위층이 돈과 채권을 대만 도피를 반대했던 국민당 군벌에게 넘겼다. 그리고 중국이 등소평에 의해 개혁배방의 길을 걷게 되자 깊은 산속에 숨겨 놓았던 돈과 채권이 세상에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비롯해 군용 차량, 대포 등을 구입해야 할 군자금이니 액수가 어마어마했다.

베이징 한인 사회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K씨가 그 비밀의 현장에 다녀 온 후 깊은 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며칠을 벼르더니 내 앞에 100달러짜리 10장을 내 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제야 내게서 빌려간 돈을 갚을 수 있게 됐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50도 짜리 중국술 한 병을 다 마신 후에야 그의 여행담이 시작됐다.

K씨는 먼저 다녀왔다는 한국인, 통역할 조선동포 한 사람 등 3명은 북경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의 중국 서남부 지역 한 도시에 도착 한 후 택시로 3시간을 달려 인적이 그리 많지 않은 시골에 도착했다. 허름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마치자 기다리던 키가 작은 중국인이 찾아왔다. 그는 가지고 온 가방에서 주섬주섬하더니 미국 달러 한 뭉치와 미국 재무부 발행 채권 대여섯 장을 책상 위에 내어 놓았다. 그리곤 힘주어 말했다.

“당신들이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돈과 채권을 견본으로 가지고 왔다. 산속에 있는 윗분들이 급히 환전해야 할 일이 있어 미국 돈을 팔려고 한다. 채권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테니 우선 미국 달러부터 판매하겠다. 판매 조건은 100달러 짜리를 50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중국 위한화로 교환해 주겠다. 우선 100달러 10장을 사간 후 위조 여부를 확인해본 후 다시 오라. 미국 달러는 얼마든지 있다. 1만 달러 단위로 팔겠다. 거래를 하겠다면 가지고 온 돈을 확인한 후 미국 달러가 있는 산으로 안내하겠다. 산에 가면 안내자가 나온다. 그 다음에는 통역도 함께 갈 수가 없다. 그 산 안내자와 같이 30여분 간 걸어가 제시한 조건으로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를 교환하면 된다. 안전이나 다른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지 절대 이런 사실을 발설하면 안 된다. 지금 연결된 사람하고만 연락을 취하면 된다.”

K씨는 가지고 간 중국 위안화로 100달러 짜리 10장을 절반 값에 구입했다. 중국인이 가고난 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확천금의 기회가 찾아왔다. 돈을 확인 한 후 거래를 하자는 것 아닌가? 계속 따블 따따블... 와우 큰 장사가 된다. 팔려는 달러는 엄청나다!”

나는 K씨와 중국술 한 병을 더 비운 후 헤어졌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 가슴도 뛰기 시작했다. 그 산속 규칙상 내가 갈 수는 없지만 K씨의 도움을 받으면 나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 아닌가? 한인 사회에서 서로 잘 아는 사이고 빌려준 돈도 받아야할 내 입장이어서 나는 다음날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했다. 외환업무를 주로 하는 은행에 근무하는 선배를 급히 연락해 만났다. 선배에게 가지고 간 미국 달러 10장을 보여줬다. 그 분은 그 달러를 가지고 가 10여분 뒤 나타나더니 모두 진짜 미국 달러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리고는 왜 그러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다음에 설명하겠다고만 한 후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중국에서 날린 돈을 찾을 길, 그것도 단시간에 찾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다음회 계속>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

미 국무부 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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