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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허가신청한 SK케미칼의 대상포진 백신이 올해 안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허가가 완료되면 우리나라는 28개 주요 백신 중 14개를 자체 개발해 자급률이 50%가 넘는 나라가 된다. 1983년 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B형간염 백신을 개발한 지 34년 만에 백신 자주국가가 되는 것이다. 글로벌 백신시장은 GSK, 사노피,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5곳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개발하기도 어렵고 시설투자에 돈도 많이 들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뛰어들기 어려운 산업구조다. 그래서 백신주권을 지키기는커녕 백신을 만드는 나라 자체가 많지 않다. 개발도상국 백신 제조사 네트워크(DCVMN)에 따르면 선진국을 제외하고 백신을 만드는 나라는 인도, 중국,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쿠바 등 17개국 50개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자체 생산하는 백신이 없어 질병관리본부장이 외국 제약사에 백신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2010년 필수·대유행 백신의 국내 자급이 가능하도록 국내 백신개발업체를 집중지원하는 글로벌 백신 제품화 지원단을 구성했다. 2009년 7종에 불과하던 국산 백신은 지원단 구성 이후 2010년 뇌수막염(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 2014년 세포배양백신, 2015년 콜레라백신, 4가독감백신, 조류독감백신 등 지금까지 14종이 개발됐다.
백신 국산화는 갑작스런 수요 증가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백신 국산화는 단순히 약을 제때에 공급한다는 의미보다 사회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GSK 관계자는 “GSK 내부적으로도 각 국가의 법인이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을 벌인다”며 “최대한 많은 양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산량이 한정되다 보니 원활한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국내에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을 공급하던 외국 제약사가 자체 문제로 국내에 MMR 백신 공급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에도 합병증 예방을 위한 폐렴구균 백신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겨 큰 혼란을 겪었다. 독감백신도 국산화되기 이전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매년 혼란을 겪기도 했다. 독감유행을 예상해 공급량을 늘렸다 환자 수가 늘지 않으면 이듬해 공급량을 줄이고, 그러다 독감이 유행하면 제약사가 이익만 생각해 물량을 줄여 문제가 생겼다는 오해를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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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독화(弱毒化) :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바이러스를 몸 안에 넣어 미리 항체를 만드는 약이다. 바이러스 자체를 몸에 넣으면 감염이 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독성을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약독화 과정을 거치면 안전하게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