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는 대통령인가, 장사꾼인가

  • 등록 2017-05-01 오전 6:00:00

    수정 2017-05-01 오전 6:00:00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10억 달러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근거도 없는 무리한 요구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어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요청으로 가진 전화통화에서도 관련 내용이 거듭 확인됐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비용 발언과 관련해 기존 양국 합의를 재확인했다”는 게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밝힌 내용이다.

한·미 양국의 합의 내용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있어 우리 정부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며 그 운영·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전적으로 미군이 부담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우리는 성주골프장 부지를 제공함으로써 역할을 다한 것이다. 혹시 기반시설이 미비하다면 추가로 공사를 해주면 될 일이다. 사드가 한국 방위를 위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미국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다. 지난달 2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데 이어 다음날에도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가뜩이나 우리 국민들 사이에 사드 배치와 관련한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은 터에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양국 간 기본합의에도 어긋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과연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 짚어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와 함께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드 비용을 FTA 압박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가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 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 의지를 굽히지 않는 만큼 모든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본의를 떠나 동맹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윽박지르듯이 과도한 요구조건을 마구 제시하는 것은 미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을 방어하는 문제는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하는 언급이 나오는 상황이다.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은 나무랄 수 없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한낱 장사꾼으로밖에 취급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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