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인사 꼬리표 류영진 식약처장 한달 만 침몰위기

살충제 계란 파동 부실 대응
잇딴 지적에 '모르쇠' 일관
국민 식품안전 불신 더 커져
  • 등록 2017-08-20 오전 10:18:54

    수정 2017-08-20 오후 12:51:56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에 관련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빈수레가 괜히 요란한 게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보은인사’였으면 첫 단추라도 잘 꿰야 하는데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과 관련해 잇따른 말실수와 미숙한 대처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명 한 달만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이 국민을 안심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류 처장은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어느 지역으로 얼마나 유통됐는지 묻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추적하고 있다”, “알아보고 보고하겠다”,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 같은 무책임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이튿날 열린 국정현안점점 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식약처의 현안 파악과 향후 준비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해 이 총리로부터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브리핑하지 말라”는 질책까지 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댓글에 “오죽했으면 총리가 그런 말까지 했겠냐”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결국 야3당은 류 처장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류 처장 임명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보은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류 처장은 약사출신으로 부산약사회장,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류 처장은 문 대통령의 부산지역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 후보의 직능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부산시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민주당 비례대표 20번을 배정받기도 했다. 또 지난 대선 때에는 민주당 부산시당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으며 전국 약사 2345명의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이 류 처장의 작품이라는 얘기도 있을 만큼 약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행보는 정치인에 더 가까웠다.

문 대통령이 그를 식약처장에 임명하자 부산에서는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고생한 사람인데 당연한 결정”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정부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수장이 됐다는 것 외에 전문성만 놓고 보면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맞는 인사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약사회 부회장을 지냈지만 정책 입안이나 집행 경험이 거의 없는 개국 약사 출신이라 국가의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제대로 된 사람을 앉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류 처장 임명과 관련 페이스북에 “식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마약류, 화장품, 의료기기 등의 안전에 대한 일을 도맡는 전문적인 기관인만큼 인사에 공정해야 한다”며 “이런 자리에 ‘약사 정치인’을 임명한 것은 철저한 보은인사로 이런 인사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열린 식약처장 기자간담회에서 한 식약처 국장은 “한 달 동안 겪어 보니 추진력이 강하고 화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류 처장은 “먹거리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국내산 계란은 살충제 파동을 겪고 있는 유럽과 달리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온 실언이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후 살충제 계란 파문이 커지고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류 청장은 국내 계란 생산량, 소비량, 살충제 계란 유통량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 “농림부 업무라 파악하지 못했다” 같은 무책임한 답변을 비롯해 “식약처가 직접 모니터링했다고 한 적이 없다” 같은 책임 회피성 발언까지 이어갔다. 결국 의원들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부장의 장으로 말 한마디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데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헤매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를 하고 나왔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해 ‘역대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통합적인 인사’라고 자평했다. 한 의대 교수는 “청와대가 식약처의 전문성과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식약처장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꼼짝 마
  • 우승의 짜릿함
  • 돌발 상황
  • 2억 괴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