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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혐의만 13개…수사기록 및 증거도 방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와 관련 “검토할 기록과 증거가 많다”며 “주말(25~26일) 사이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 주 초에 신병처리를 결론내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공범관계인 최순실(61)씨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구속수감 상태이기에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한다. 또 검찰이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하는 다음달 17일 전에 기소까지 마무리 짓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신병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워낙 다양하고 관련된 기록 및 증거가 방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증거관계를 분석 비교하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다”고 지연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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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제공한 204억원의 출연금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에 앞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영장청구로 가닥을 잡는다면 주요범죄 중 하나인 재단 출연금 부분은 구속영장에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최씨가 소유한 코어스포츠를 통해 정유라(21)씨의 말 구입비 등을 지원한 혐의(뇌물죄)는 특검팀만 수사한 부분이기에 검찰이 나서서 정리할 필요가 없지만 출연금 부분은 다르다.
앞서 1기 검찰 특수본은 이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로 판단하고 삼성을 피해자로 봤다. 따라서 피해자인 이 부회장 등은 당연히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재단 출연금을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제3자 뇌물죄)로 판단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적용한 혐의 중 하나다.
만약 검찰이 제3자 뇌물죄로 방향을 잡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다면 직권남용으로 판단한 1기 특수본의 수사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또 현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는 최씨에 대해서도 공소장 변경을 통해 뇌물죄로 바꿔야 한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사례와 비교해 너무 빨리 신병처리를 결정하는 데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처음부터 영장청구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시작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소환 조사 15일 뒤에 영장을 청구하고 당일 바로 구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검찰이 23일간 시간을 끌다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