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부터 힐러리·우원식까지 ‘신의 한 水’…눈물의 정치학

盧눈물, '공감'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상 보여주며 반향
정치인 눈물,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의미와 효과 가져
우원식 때아닌 '눈물'로 정치권서 화제 중심에
반응은 엇갈려…"눈물 흘리진 않고 좀 울컥" 해명도
  • 등록 2017-06-24 오전 6:28:20

    수정 2017-06-24 오전 6:28:20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가족의 사연을 듣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광고 카피다. 정통적으로 강인한 카리스마 형 리더십과 군주상을 추종했던 대한민국의 통념 하에서 당시 이 광고는 ‘공감’이라는 새로운 지도자상을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정치인 눈물, 정치적 의미·효과 가질 수밖에…‘악어의 눈물’ 비판도

정치인의 눈물에 대해선 상황과 여론의 흐름에 따라 ‘극과 극’의 평가가 이뤄졌다. ‘악어의 눈물’이라며 맹비판을 받기도 했고 ‘대통령도 울고 나도 울었다’며 소통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정치인 개개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국 이들의 눈물에는 정치적인 의미와 효과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눈물 한 방울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떠나 화제성 면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는 것 자체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약한 이미지·계산된 행동’ 등의 비판을 받으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과의 민주당 대선 경선 와중 눈물을 앞세워 열세라고 평가받는 뉴햄프셔주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유권자들과의 대화 도중 눈물을 보인 것이 이성적 이미지가 강했던 힐러리의 감성적 면모를 부각시키면서 표심이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식석상에서 자주 눈물을 보이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고 경선 승리도 모두가 알다시피 오바마 전 대통령 손에 돌아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4당 원내대표 회동 결과를 발표하던 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원내사령탑 우원식, 때아닌 ‘눈물’로 화제 중심에

최근 정치권에서도 때아닌 ‘눈물’로 화제의 중심에선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야당과 협상을 진두지휘하는 우원식 원내대표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관련 반대로 4당의 국회정상화 합의가 결렬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한 협상 결렬로 감정이 격해진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제가 정말 한 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그분들 얘기를 듣고 어떻게든 정부가 국민들에게...한국당 너무 하지 않나”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옆에 있는 박홍근 수석부대표가 황급히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우 원내대표가 울먹인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안타깝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일부에서는 공개석상에서의 이같은 모습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짠하다고 생각하고 다들 안타까워 하한다”며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고 계시는데 한국당이 해도 너무한다 생각한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당내 의원은 “합의 무산 뒤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을 보였으니 언론에서 ‘눈물 보인 무력한 여당 원내대표’식으로 해석할까 걱정이 된다”며 “원내사령탑으로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닌가 한다”고 했다.

◇野, 어처구니없단 반응…전문가 “추경 필요성 나타낸 것”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는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앞섰고 정의당은 응원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야당 탓(이라며) 눈물 흘리지 말고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용기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도 “민주당은 울지 말고 정치력을 보이라”라고 촉구했다. 반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우원식 원내대표님 울지 마십시오. 이런 생트집에는 눈물이 아깝습니다”라고 위로했다.

일단 우 원내대표는 “제가 눈물을 보였다는데 눈물을 흘리진 않았고 좀 울컥했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울었느냐 아니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눈물이 맺혀 있었다’는 정도에 큰 이견은 없는 상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본부장은 “우 원내대표의 눈물은 그만큼 추경에 대한 절박함과 절실함, 필요성을 보인 것”이라며 “또 야당에 협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이 정도는 적어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눈물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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