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금지 법규 두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 ‘정보통신망’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설비(전기통신을 하기 위한 기계·기구·선로 기타전기통신에 필요한 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뜻하는 것이다. 이메일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된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결국 회사가 근로자의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는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이메일을 어떠한 경우에도 열람할 수 없을까?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죄과 관련되어, 근로자의 이메일 열람이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가 있다.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보면, A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회사 직원인 B가 회사의 이익을 빼돌린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비밀번호가 설정된 B의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낸 뒤, 이를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여 B의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이메일 등을 출력,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그 내용을 알아냈다는 공소사실로 검사는 피고인에 대하여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형법 제316조 제2항)’로 기소했고, 제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1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된 사안이다(서울동부지법 2007. 3. 28. 선고 2007고정220 판결).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서울동부지법 2007. 7. 5. 선고 2007노318 판결),
결국 대법원은 근로자의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는 행위는 형법상 전자기록 등 탐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이지만 근로자의 범죄혐의가 구체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긴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경우, 상당한 범위 내의 조사는 위법이 아니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