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성공신화 주역들, 도시바 인수전에 다시 뭉쳤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 '사업개발실' 인사들 포진
전략가 박정호, "가격보다 진정성에 호소" 카드
동반자 지위 강조..현지 파트너 선정에도 신중히
  • 등록 2017-05-01 오전 8:32:17

    수정 2017-05-01 오후 10:37:11

박성욱(왼쪽)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하이닉스 제공·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의 주역들이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다시 뭉쳤다. 예상 매매가가 20조원이 웃도는 도시바 반도체 를 삼키기 위해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우군을 끌어들이며 추가 파트너 물색에 여념이 없다. 사실 이번 인수전은 모든면에서 SK로서는 불리한 싸움이다. 자금력이나 한국계 기업들에 대한 반감 정서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주역들이 다시 뭉쳐 불리한 여건을 뒤집고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곳은 미국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웨스턴디지털, 대만 훙하이그룹, SK하이닉스 등 ‘4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박정호가 판 짜고 박성욱-김준호 선봉에..조대식-박성하 측면지원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위한 ‘최태원 사단’의 중심은 역시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다. 박 사장은 SK그룹의 역사를 바꾼 세 번의 인수합병(M&A) 작업에 모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유공(1980년, 현 SK이노베이션(096770)), 한국이동통신(1994년, 현 SK텔레콤) 인수작업에 참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000660)) 인수를 주도하는 SK텔레콤 GMS(글로벌경영서비스) 부문 내 사업개발실을 이끌며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 모색과 전략 수립을 총괄 지휘했다.

당시 그룹 내·외부에서는 9조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주인 없이 떠돌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대해 반대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최 회장과 뜻을 같이하며 이러한 불만을 뚫고 하이닉스 인수를 성사시켰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박 사장과 당시 관련 인물들의 역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수금액을 1조엔대,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내 경쟁자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을 제시한 것도 이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의 노하우에 따라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박 사장과 함께 조력하는 주요 인물로는 당시 사업개발실의 상위 조직인 GMS부문장이었던 김준호 현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과, 사업개발실 소속이었던 박성하 현 SK수펙스추구위원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 등이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인 김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박성하 부문장은 지난해까지 SK㈜ PM(프로젝트관리)1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장하다 지난해 말 승진 이동해 이번 전략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
여기에 하이닉스 내부 출신인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부회장)도 가세해 일본 기업인들 특유의 ‘장인정신(모노쯔쿠리)’에 직접 호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박 부회장은 2013년 2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당시 사장)로 취임한 이후 그룹 내 하이닉스 인수를 반대한 시선을 깔끔히 정리해 최 회장의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다.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근에는 72단을 쌓은 3D 낸드플래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삼성전자(005930)가 먼저 성공한 64단 적층을 건너뛰고 다음 단계로 직행하는 승부수 덕에 나온 결과였다.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은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맡아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 보유량은 4조원 수준으로, 혼자서 10조원이 넘는 도시바 인수 대금을 대기에는 무리가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관련성이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해 조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노쯔꾸리’에 진정성으로 호소..합작 파트너도 승패 좌우

최태원 사단의 전략은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자극해 점령군이 아닌 동반자로서 기술 개발 부문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기업들은 단순히 매각 가격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매각 상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은 “정서적 유사성은 물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보다) 더 빨리와 문제 해결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한국 기업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신의를 중시해 한 번 거래관계를 맺은 업체와 오랜 기간 협력을 유지하는 점도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STT-MRAM) 개발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도시바와 협력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해외 대형 M&A다 보니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인수 후 여파를 우려해 일본 내 파트너로 누굴 골라 손잡는지가 인수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운영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중 본입찰을 실시하고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도시바 인수자문은 모간스탠리가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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