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및 가혹행위를 못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21살 된 한 장병의 유서입니다. 육군 제22보병사단 소속 K 일병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외진을 나갔다 병원에서 투신했습니다. 지난 4월 부대로 전입한 뒤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해당 내용을 공개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K 일병은 업무 미숙을 이유로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히거나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졌는데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으냐”는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불침번 근무 중 희롱과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K 일병은 피해 사실을 자신의 휴대용 수첩에 기록했으며 유족들이 유품 확인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습니다.
부대의 대응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괴롭힘을 참다 못한 K 일병은 지난 14일 부소대장과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이에 부대는 K 일병을 ‘배려 병사’로 지정한 뒤 일반전초(GOP) 투입에서 배제했습니다. 하지만 면담 후 5일이 지나도록 K 일병과 가해 병사들을 분리시키지 않았습니다. 병영 부조리 대응의 기본 원칙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인데 이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아 K 일병을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부대는 K 일병을 ‘배려 병사’라고 지정해 놓고는 사망 당일 인솔 간부 없이 외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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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민간인인 예비역 병장이 22사단 지역 철책을 자르고 월북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1988년에는 이등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2발을 투척해 2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1984년에도 조 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M-16총기를 난사해 15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하는 최악의 총기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해당 병사는 월북했다고 합니다.
22사단은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8군단 예하 부대입니다. GP 및 GOP 경계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는 유일한 부대이기도 합니다. 22사단의 별칭은 원래 ‘뇌종부대’였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작명한 이름입니다. 번개와 같이 적진으로 공격해 통일의 종을 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뇌종이라는 단어가 ‘뇌와 관련된 종기‘, ’뇌에 종을 때린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케 해 사고와 관련된 나쁜 일이 계속 벌어진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3년 율곡부대로 개명했습니다. 22사단이라는 숫자 ‘22’가 이이(李珥)로 읽혀 이이 선생의 호인 ’율곡‘을 따 부대이름을 ‘율곡부대’로 변경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 생활을 했던 곳도 22사단 지역입니다. 55연대 예하 맹호대대(건봉산대대)는 노 전 대통령이 근무할 당시에는 12사단이었지만 현재는 22사단 소속으로 바뀌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근무 발자취를 기려 전방관측소 OP에 ’노무현 벙커‘가 있다고 합니다.연기자 송중기 씨가 군 생활했던 곳도 22사단 수색대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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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계단은 GOP가 산 속이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안개가 낄 때가 많은데 이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천국의 계단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V-밸리는 말그대로 V자형 계곡입니다. 천국의 계단 코스와는 달리 산 속에 순찰로만 닦아놓았습니다. 맥도날드는 해당 브랜드 로고 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GOP 지형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입니다. 22사단은 이같은 동부전선의 험준한 산악과 해안의 철책 경계 지역이 총 100여㎞나 된다고 합니다.
우리 군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병영문화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후 6대 국방개혁 과제의 하나로 병영문화 개선을 제시했습니다. 더이상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지 않아야 합니다. 육군은 이번 K 일병 자살 사건에 대해 한 점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