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습니다]"율동인 줄 알았는데 노동"…선거운동 한시간만에 땀이 흥건

대선캠프 선거운동 동행·자원봉사 체험 르포
한나절 만에 삭신 쑤시고 발바닥엔 물집 투성이
종일 땡볕에 인사, 율동·피켓팅…'열정적 노동 현장'
  • 등록 2017-04-26 오전 6:30:00

    수정 2017-04-26 오전 6:30:0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 일일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슬기(오른쪽) 기자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고속터미널 앞 광장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선거사무원들과 함께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이데일리에서는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부 기자들이 다양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드리는 ‘해봤습니다’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여리여리한 몸으로 어쩌자고 한다고 했어! 하루만 해도 발바닥이 물집 투성이가 될 텐데….”

50대인 선거운동 자원봉사자 A(여)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겁부터 줬다. 유세 차량 뒤편 한 구석에서 숨을 돌리던 A씨는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쉬운 게 아니야”라며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물렀다. ‘탱고나 살사 같이 격렬한 라틴 댄스도 아니고 기껏 율동 수준이던데…’란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아직 20대인 걸요.” 어색한 미소와 함께 대답을 얼버무렸다. ‘장미 대선’이 보름 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주말 선거운동 일일 체험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괜히 한다고 했나’라는 후회부터 밀려왔다.

오후 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 가수 홍진영의 ‘엄지척’과 엄정화의 ‘페스티벌’ 등 흥겨운 대선 로고송과 함께 본격적인 유세를 시작했다. 캠프 관계자가 당 로고가 빠진 파란색 점퍼를 건네줬다. 캠프 관계자는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피켓을 들거나 포스터를 나눠주는 등 직접 유세는 할 수 없다”며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일러줬다.

현장 율동단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소싯적 ‘춤 좀 춘다’는 소릴 들어 온 터. 하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두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너져 내렸다. 마음과 달리 팔다리는 따로 놀았고 빠른 템포를 따라가는 게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보기가 딱했는지 한 단원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마주보며 율동을 해 주었다. 그는 “로고송이 10개 정도인데 율동이 다 제각각”이라며 “동작 하나하나 기억하고 몸으로 익히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고 했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등줄기엔 땀이 흥건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은 22도였다.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탓에 한여름 날씨처럼 느껴졌다. 유세가 이어지는 동안 휴식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짬도 나지 않았다. 곡이 끝날 때마다 단원들은 하얀 장갑으로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유세 중간중간 지역구 국회의원 등이 지지 연설을 하는 몇 분이 휴식이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다. 그마저 잠시, 목을 축이거나 주변 건물 벽에 기대 쉴 참이면 ‘율동팀 음악 주세요’란 말에 헐레벌떡 달려나가야 했다.

오후 3시쯤 영등포 일정이 끝나자 율동팀 멤버들은 다음 유세장소를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강남 고속터미널 광장 앞인 다음 일정까지 2시간 정도 남았지만 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야 해 여유가 많지 않았다. 인근 카페에서 목을 축인 뒤 곧바로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앞 광장에는 이미 다른 대선 후보 캠프 유세 활동이 한창이었다. 다른 후보의 율동단도 오랜 시간 햇볕 아래 서 있던 탓인지 얼굴은 발갛게 익었다.

쉴 틈 없이 구호를 외치고 율동도 한층 격렬해졌다. 따가운 햇살에 눈조차 제대로 뜨기 힘들었지만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면 입꼬리는 항상 올려야 한다. 간혹 일부 시민들이 엄지를 들고 “힘내세요”라며 건네는 응원의 말을 건넸다.

오후 7시 해가 저물 무렵이 되자 치열한 경쟁을 마친 양측 운동원들은 “고생하셨다”며 서로 격려를 건넸다. 한 자원봉사자는 “경쟁 후보들끼리야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운동원들은 상대편 운동원들을 존중한다”며 “응원하는 후보가 다를 뿐 서로 지지하는 마음과 희생은 똑같이 값진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오전 7시부터 꼬박 12시간을 거리에서 보내는 이들과 달리 한나절 정도 함께 했을 뿐인데 온 몸이 쑤셨다. 40대 선거사무원 B씨는 “하루종일 서서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느라 어깨는 뻐근하고 발과 다리가 퉁퉁 붓는다”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면 몸이 녹초가 돼 뻗지만 적극적인 정치 참여 활동을 통해 살아있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가장 편한 신발을 골라 신었지만 발바닥 군데군데 물집이 잡혔고 종일 소리를 지른 탓인지 목은 잠겼다. 거리를 지나며 무심코 곁눈길로 지나치던 유세 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열정적인 ‘노동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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