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부딪힌 경유값 인상…제2의 담뱃세 될 수 있다

  • 등록 2017-06-26 오후 4:26:45

    수정 2017-06-27 오전 9:37:13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경유차에 주유하고 있다. 환경부는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대책으로 경유에 붙는 환경세 등 각종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경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추진 중인 경유값 인상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주춤한 모습이다. 관련 업계는 경유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인된 만큼 이번 계기로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 관련업계와 소통에 나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6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경유값을 휘발유의 최대 125%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는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의 핵심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을 밀어붙였던 것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으로, 언론보도 직후 인상안을 반대하는 격앙된 여론을 의식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관련업계는 이같은 정부의 해명에도 결국 경유값 인상안은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앞선 경유값 인상 보도와 뒤이은 정부의 해명은 여론을 떠보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며 "일단 정부가 격앙된 여론을 확인한 만큼, 이를 계기로 관련업계와 경유값 인상안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소통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종합대책없인 제2의 담뱃세 될 것"

정유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경유값 인상안에 대해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미세먼지 배출 요인이 다양한 만큼 대책 역시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해 형평성있게 마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립환경과학원이 1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발생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결과 76%가 중국 등 해외요인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요인 24% 가운데 수송 영향은 10%에 불과해 사실상 경유차를 줄이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요인이 가장 큰 만큼 외교적 노력이 선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일괄적인 경유값 인상보다는 노후 경유차 교체 및 미세먼지 저감장치 부착 지원 등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연저감 장치를 부착하기만 해도 오염물질 9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살수차를 통해 미세먼지를 25%가 줄일 수 있다는 연구자료들이 이미 나와있다"며 "세부적 항목에서 소모비용과 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많은데 일괄적으로 경유값을 올린다는 정부 방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원별로 형평성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요인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발전용 유연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서민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유값 인상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 경유값 인상은 제2의 담뱃세 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일관성 없는 환경규제,  혼란만 가중"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환경규제가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의 환경규제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자동차업체들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까지 현재 수준에서 30% 가량 줄여야 한다. 이에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에 비해 적은 경유차 기술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온 상황이다.

정부의 뒤늦은 경유차 퇴출 정책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할 에너지 정책이 자꾸 바뀌면서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감지된 분위기 탓에 현대·기아자동차는 경유 엔진으로만 운영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가솔린 모델을 투입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경우 단기간 엔진 라인업을 늘리는 게 쉬운일은 아니다. 특히 경유차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쌍용자동차는 부담이 더 크다.

물론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은 진행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확충 등과 속도를 같이하며 확산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경유차 수요가 가솔린이나 규제 완화가 검토되고 있는 LPG로 넘어가게 되다. 하지만 이 경우 미세먼지는 줄일 수 있지만 또 다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문제가 된다. 자동차업체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맞추기 위한 자동차 생산·판매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운송연료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효과적인 배출가스 관리와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어느 하나에 집중하거나 억제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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