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女 대위 자살, 성폭행 비관인듯…직속상관 대령 긴급체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 여군장교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해군 헌병단은 사망자의 직속상관의 성폭행 정황이 있어 그를 준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25일 해군에 따르면 전날(24일) 저녁 5시 40분경 해군본부 소속 여군 A 대위가 충청남도 계룡시 자가 숙소인 민간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 헌병단은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A 대위가 같은 과 과장인 B 대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정황을 포착해 오늘(25일) 새벽 12시 30분경 B 대령을 준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군 헌병단은 유서는 없지만 자신의 심경을 담은 메모가 발견됐고 침입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여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자는 포스트잇 몇 장에 “이렇게 빈손으로 가는가 보다”, “내일쯤 되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등을 적어놨다고 한다.

A 대위는 지난 주 후반부터 이번 주 초까지 개인 휴가를 냈다. A 대위는 24일 정상 출근했어야 함에도 이날 오전 계획된 행사장에도 나오지 않고 오후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잇따라 전화해도 받지 않자 담당 과장인 B 대령을 포함한 간부들이 A 대위 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A 대위가 목을 매 숨져 있는 상태였다.

동료들의 연락을 받은 유가족들이 이날 밤 늦게 도착했다. A 대위 부친은 자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A 대위의 민간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는 A 대위가 상관인 과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부친에게 전했다. 이에 사건 현장에 있던 B 대령에게 성폭행 혐의를 추궁했고, B 대령은 성관계 사실을 인정해 수사관은 B 대령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긴급체포했다.

B 대령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성관계는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해병단은 A 대위가 저항할 수 없는 만취 상태였다고 보고 B 대령을 준강간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A 대위의 친구로부터 부친이 들은 내용과 B 대령의 진술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면서 “수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