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땡기는 날]기업이 있어야 최저임금도 있다

  • 등록 2018-07-17 오후 4:06:36

    수정 2018-07-17 오후 5:59:53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문동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서 회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공동대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성재 디지털미디어센터장] 지난 16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서울 성북구 보문동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 관심사는 이틀 전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7530원)보다 10.9%(820원) 오른 835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어찌 처리할까 하는 것. 무엇보다 편의점가맹점주들의 분노가 어떻게 표출될까 궁금했다. 또 협회가 사전에 내놓은 ‘동맹휴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도 관심사였다.

사실 협회의 동맹휴업은 득보다 실이 많은 카드였다. 4만 개가 넘는 편의점이 얼마나 동참할지 불투명한 데다가 병원이나 약국이 파업할 때와 달리 국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순 없어 오히려 국민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던 거였다.

그런데 이날 협회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성명을 발표했다. 동맹휴업 방침을 철회하고 좀 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저임금 문제는 편의점주들이 살자는 몸부림이지만 종업원 입장에서는 처우개선이란 점에서 결국 ‘을과 을’의 싸움이 될 거란 게 이유였다.

사실 이날 협회의 요구는 그간 예상한 시나리오와는 전혀 달랐다. 씨유, GS25,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 가맹본사에는 ‘가맹 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행위 중단’을, 정부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이야기하다 갑자기 무슨 황당한 요구인가 싶었다. 결국, 협회는 을(가맹점주)과 을(알바생)의 싸움에선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 같으니 한발 물러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부와 가맹본사로 화살을 돌려 여론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고도의 ‘전략’이었다.

협회의 이러한 전략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작용을 시인하면서도 “하반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 완화를 위해 편의점·외식업 등 가맹본사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가맹본사를 옥죄 점주들과 소상공인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엄밀히 말하면 최저임금과 불공정실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협회는 최저임금에서 촉박한 문제를 정부와 가맹본사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부담은 가맹본사 몫으로 돌아갔다. 정부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또 최저임금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 고충을 동시에 떠안게 된 것이다. A가맹본사 임원은 “마치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의 노동을 착취해 돈을 버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본사 영업이익률은 최고 4%를 밑도는 수준”이라며 “공정위가 휘두르는 칼날이 부메랑이 돼 다시 점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의 심각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올 하반기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밖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로 불확실성이 더욱 심해진 상태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안에선 고용을 확대하고 최저임금까지 인상하라니 기업은 죽을 맛이다. 시장은 최저임금 재심의를 원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도 가능하다는 기본원칙이 먼저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