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패닉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임기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과 국방개혁의 강력한 추진을 공약했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이 대대적인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10년 동안 승승장구해온 군 수뇌부의 물갈이로까지 파장이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내달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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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차관인사 발표를 연기했다. 이유는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 브리핑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명확한 찬반 입장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국회 비준 동의 추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드배치와 관련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사드문제와 관련해 정확한 보고가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실제 국방부는 지난 25일 새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드발사대 4기의 국내 추가반입을 보고하지 않았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지난 25일 외교·안보 분과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하면서 사드 발사대 4기가 국내에 추가로 들어왔다는 것을 누락했다”고 밝혔다.
‘당혹’ 국방부 “정의용 靑안보실장에 현안 설명”…靑 “보고받은 바 없다” 정면 반박 ”
사드배치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국내에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가 들어온 것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의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도 “올해 3월 6일 사드 체계 일부인 발사대 2기가 C-17 편으로 도착했고, 4월 26일 사드 체계 일부 장비가 공여 부지에 배치됐다”는 내용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사드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했다는 국방부 발표를 정면으로 부인했다는 것.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26일 정의용 실장께 국방부에서 보고했는데 내용에 사드 4기 추가배치 내용은 없었다”며 “안보실장, 1차장, 2차장에게 각각 따로따로 확인을 했다.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들은 바 없다’라고 일치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나 국방부 둘 중 한 곳은 사실상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향후 파장은 예상하기조차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