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박광온 대변인은 29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올해 하반기에 전문가와 각계의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이 특위에서) 법인세율 인상,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등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위 위상은) 기재부와 실무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특위는 (논의) 기간이 필요할 때까지, 조세재정개혁 로드맵을 마련할 때까지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은 휘발유·경유·LPG의 상대 가격(가격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통화에서 “휘발유, 경유 등의 요금 체계를 어떻게 할지를 합리적으로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라며 “경유세를 올리겠다고 확정해서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뉴스 보고 심장 내려 앉아..오락가락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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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연구용역 결과 경유세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 차원에서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유세 인상은 전혀 고려할 게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에너지세제 개편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3일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입장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29일 통화에서 “26일 브리핑은 (김동연) 부총리 확인·지시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운송업계도 긴장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심동진 전략조직사업국장은 “지금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히겠지만 앞으로 경유세를 인상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운송료를 현실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름값만 인상하면 (운송업계가 떠안는 부담이 커져)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심 국장은 “중국, 석탄화력,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도외시하고 경유세만 올리는 식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외 발생원별 미세먼지 배출량을 제대로 측정한 국가승인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전체 차량 2099만대(2015년 기준) 중 862만대(41%)가 경유차다. 이 중 300만대 이상이 화물차다. 화물연대는 내달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관련 규탄집회를 연다.
환경단체 “기재부 사과하라..경유세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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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노후 경유차는 언제든지 미세먼지의 최대 배출원이 될 수 있다”며 “경유세를 인상하는 게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정기획위는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박지홍 국정기획위(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오늘 발표는 기재부와) 서로 조율이 된 건 아니다”며 “(경유세를 인상할지 여부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