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는 왜 정부의 공식물가와 따로 노나(종합)

실생활 밀접한 과일 야채 등 물가 가중치 낮아
정부, 대책 마련 분주…내일 설 민생 대책 발표
  • 등록 2017-01-09 오후 6:43:02

    수정 2017-01-11 오전 9:37:15

연초부터 서민들의 밥상물가가 크게 오른 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롯데마트 청량리점을 찾은 고객들이 야채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의 이주열 총재는 이번달 물가설명 연단에 서지 않는다. 한은은 중기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0%로 설정하고 여기서 3개월간 ±0.5%포인트 벗어나면 직접 물가가 안정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기로 했고, 실제 이 총재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연단에 섰다.

이번달 따로 설명회를 열지 않는 건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물가 집계방식을 바꾸면서 당초 1.3% 상승률이 갑자기 1.5%로 상향 조정됐고, 이 총재도 직접 나서는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체감물가도 정부의 공식물가(지표물가)처럼 지난해 출렁거리다가 올해 들어 잠잠해진 것일까.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목소리가 많다. 서민물가는 폭등하는데, 정작 당국이 보는 물가는 ‘정상화’ 됐다는 얘기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

이런 현상은 체감물가와 지표물가간 고질적인 괴리 때문이다. 한은의 물가설명회 기준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소비 비중이 높은 460개 품목을 정해 그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까지 매겨 산출한 지표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근원물가) 상승률도 유심히 본다. 각종 정책의 기반이 되는 우리 경제의 물가 상황도 두 지표가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두 지표는 각각 1.3%, 1.2%. 지난해와 비교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체감물가는 다르다. 서민생활과 직접 연관된 과일 야채 등의 가격은 두 배 안팎 폭등하고 있고, 특히 계란은 ‘금란(金卵)’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실제 한은이 직접 조사한 가계의 물가전망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41로 2013년 9월(144) 이후 3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줄곧 130 중반대에서 등락하다가 갑자기 140 이상 뛰어올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들 장바구니 품목이 소비자물가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를테면 전체 소비자물가 가중치(중요도)의 합인 1000에서 차지하는 계란의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최근 계란값이 아무리 올라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큰 변동이 없다고 해도 무방한 수치다. 돼지고기(9.1) 국산쇠고기(8.2) 빵(5.4) 쌀(5.2) 등보다도 더 낮다.

과일 야채 등의 가중치는 더 작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양배추의 경우 0.2 수준이다. 호박(0.5) 오이(0.6) 브로콜리(0.2) 파프리카(0.6) 등도 마찬가지다.

신선식품 물가가 아무리 오르고 내려도, 전세(49.6) 월세(43.6) 전기료(18.9) 도시가스(18.3) 휴대전화료(38.3) 사립대 납입금(12.7) 시내버스료(10.9) 등의 등락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가 상승, 하락보다 더 민감”

정책당국도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 일부 품목의 가격이 급등했다고 해서 가중치를 다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다. 정부가 신선식품물가지수, 생활물가지수 등도 함께 발표하는 이유다. 실제 지난달 신선식품 50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12.0%였다.

한은의 2015년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도 참고할 만하다. 한은은 “공식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격 상승에는 민감하고 가격 하락에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2%였는데, 여기에는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과 함께 기름값 등의 하락도 함께 포함돼 있다. 다양한 품목의 등락 요인이 서로 상쇄하면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소비자는 오르는 품목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개별 가구의 소비 품목과 품목별 지출비중 등 소비 성향이 전체 평균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다만 경제 주체가 당국의 물가지표를 점점 낯설게 느낄 경우 경제정책 추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물가는 최우선 고려대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오르는 비용 측면의 물가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계란 등 일부 품목의 가격 폭등은 공급 측면에서 완화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식료품 등 일부 물가의 폭등은 미시적인 대책으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체감물가의 상승이 소비여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정부, 내일 설 민생 대책 발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1%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설 명절이 코 앞으로 다가온 영향이 커 보인다.

이 차관보는 “설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해 (인상) 시기 분산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높지 않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는 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설 민생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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