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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도 불어닥친 中 사드 보복, 대응책 있나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전. 우측 노란 상의를 입은 선수가 김해림이다. 그린 주변이지만 카메라가 일부러 멀리 선수를 잡고 있다. 어떤 선수를 찍고 있는지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사진=SBS 골프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노골적이지만, 물증이 없다” 방송 및 골프 업계 관계자들이 밝힌 공통된 의견이다.

19일 중국 하이난 섬 하이커우 미션힐스GC(파73)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 김해림(28)은 이 대회서 우승 퍼트를 성공시킬 때도 ‘롯데’ 로고를 모자에 달았다는 이유로 뒷모습만 카메라에 잡혔다. 또 다른 롯데 소속의 이소영(20)도 4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중계 카메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해설을 맡은 고덕호 프로는 “마지막 라운드 중반부터 김해림과 이소영 프로가 유독 먼 발치에서 카메라에 잡힌다는 사실을 중계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 후 SBS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빗발쳤다. ‘대체 어느 나라 방송사냐’는 항의도 잇달았다. 그러나 국내 주관 방송사는 SBS이지만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 중계 제작은 중국 국영방송 CCTV가 맡는다. CCTV가 송출하는 영상을 SBS가 위성으로 받는 형태라 국내에선 손 쓸 방법이 없다.

이 같은 해프닝은 롯데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것에 대한 중국 측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중국에서 2개의 KLPGA 대회가 더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다음 대회는 7월 열리는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그전까지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팬들은 또 ‘김해림 찾기’를 해야할지 모른다.

뻔뻔한 중국 측의 행동에도 SBS는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물증이 없어 이번 일이 ‘사드에 대한 보복인가’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 측이 사드 문제로 인해 김해림을 ‘줌 아웃’해서 잡았다고 해도 이를(사드에 대한 보복 때문에) 고의로 했다는 증거가 될 순 없다. 중국 방송사에서 제작 의도나 계획 등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시상식 중계를 건너뛴 점 역시 중국이 롯데 소속 선수들을 고의적으로 차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위성 생방송의 경우 송출 시간 문제로 시상식을 내보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KLPGA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롯데는 KLPGA 투어에 2개 대회를 주최하는 ‘큰 손’이다. 이번 일을 두고 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항의할 루트가 없다. “주관 방송사인 SBS와 남은 대회를 놓고 해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다.

국내 팬들이 중국 대회에서 김해림을 보려면 주관 방송사인 SBS가 중국 측에 ‘공동 제작’을 제안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 역시 중국 측과 협의가 필요하다. 명분도 ‘노골적인 차별 중계’에 대한 조치가 아닌 방송 품질 향상 등 제작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우승자 김해림은 중국의 차별 방송에 얼굴 한 번 제대로 비추지 못했지만 경기 후 “상금 10%를 기부하고 나머지는 저축하겠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앞서 중국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한국 단체 관광 금지 등 비공식적인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중국은 최근 보복성 규제로 영업정지 명령을 받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해림이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를 넣는 모습(사진=SBS 골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