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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꿨고, 믿었고, 바랐다' 세월마저 이겨낸 테니스 황제의 위엄

통산 8번째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난 꿈꿨고, 믿었고, 바랐다”

‘현역’임에도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에게 윔블던은 더욱 특별하다.

2003년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가 바로 윔블던이었다. 이후 2007년까지 5년 연속 우승했고 2009년과 2012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물론 호주오픈(5회), US오픈(5회), 프랑스오픈(1회)에서도 수없이 우승했다. 하지만 페더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회는 역시 윔블던이다.

2000년대 초반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테니스계를 평정한 ‘테니스 황제’는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어 4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세월의 무게는 페더러도 어쩔 수 없는 듯 보였다.

2012년 윔블던 우승을 끝으로 페더러는 4년 넘게 메이저 타이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노박 조코비치(4위·세르비아), 앤디 머리(1위·영국) 등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정상의 자리를 내줘야 했다.

심지어 지난해 윔블던 4강 탈락 이후 무릎 부상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자 은퇴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2017년 황제는 돌아왔다. “다시 살아나고 싶다. 너무 멋진 그곳(테니스 코트)을 떠난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라면서 부활을 약속했고 자신의 말을 지켰다.

페더러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세트스코어 3-0((6-3 6-1 6-4)으로 제압했다.

5년 만에 윔블던 정상에 복귀한 페더러는 통산 8번째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8’은 페더러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라 더 의미가 있다. 페더러는 1981년 8월 8일생이다.

올해만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오른 페더러는 이번 윔블던에서 만 35세 11개월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이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이었던 1975년 아서 애시(미국)의 31세 11개월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페더러의 이번 우승은 ‘선택과 집중’의 결과다. 페더러는 윔블던에 전념하기 위해 과감히 클레이코트 시즌을 포기했다. 프랑스오픈도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약 두 달 동안 체력을 보강하고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렸다.

페더러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1회전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페더러가 메이저대회에서 무실세트로 우승한 것은 2007년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페더러는 ‘절대 무적’이었다.

지난해 세계랭킹이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던 페더러는 이번 우승으로 다시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렸다. 아울러 통산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를 19번으로 늘리면서 사상 첫 메이저대회 20회 우승 기록도 눈앞에 뒀다.

오는 8월 말에 열리는 US오픈 마저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 복귀와 메이저대회 20회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페더러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윔블던 결승에서 우승할 수 있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윔블던에서 8번이나 우승하겠다는 건 목표로 삼을 만한 게 아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난 바젤(스위스)에서 평범하게 자란 아이었지만 항상 꿈꿨고, 믿었고, 바랐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라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