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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AI 도입으로 '주4일 근무제'는 오지 않는다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8년여 전 중국에 있는 한 글로벌 PC 기업의 콜센터를 방문했다. 조선족 출신 상담원들이 인터넷 전화를 타고 넘어온 한국 고객에게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해당 브랜드의 PC를 사용하면서 한국에서 전화 AS를 받아 본 적이 있었는데, 상담원의 말투가 낯설었던 게 이해가 갔다. 회사는 한국 고객 AS를 위해 더 비싼 인건비를 쓰면서 굳이 한국에 콜센터를 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주 독일 시가총액 1위 기업 SAP가 프랑크프루트에서 주최한 ‘레오나르도 라이브’ 컨퍼런스를 다녀왔다. 세계 최대 기업용 SW 기업이 자사의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이른바 4차산업 핵심 기술을 기존 산업과 연계한 솔루션을 여럿 소개했다. IT와 무관한 제조, 서비스 산업 일선에서조차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었다.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었다.

한 다국적 음료 회사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냉장고의 문 여닫는 횟수와 주변 기온을 감지, 최적의 온도로 상품을 이미 제공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공영 철도회사는 선로의 유지 보수에 인공지능을 적용해 실제 활용 중이었다. 단순히 ‘세상이 변하고 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제조업부터 서비스업, 심지어 농업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의 도상에 올라 있다는 점이 놀랍고도 심각하게 느껴졌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인공지능 전문가에게 일자리 침범 문제를 물었더니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가 또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4차산업과 관계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운치 않다. 4차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매일같이 나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단순히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무턱대고 낙관만하기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를테면 가전제품 혁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세탁기 상용화는 취미·여가 활동을 늘리고 위생을 증진하는 효과를 갖고 왔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의 생업 자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수의 고소득 전문직보다는 다수의 저소득 일반직이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수월하다는 점이 심각하다.

가령, 인공지능 고객 응대 서비스가 확대되면 10여년 전 중국으로 넘어간 한국 고객 응대 콜센터같은 조직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다. 철도 유지보수, 각종 제조업 생산라인 등은 완전히 기계로 대체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 사람이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즉, 사람이 해도 될 일을 사람에게 맡기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이득은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의 이윤 확대뿐이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주 5일 근무를 4일로 줄입니다. 급여는 그대로입니다’라고 할 기업은 없을 테니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사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데 굳이 도태의 길을 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로봇세’를 거둬야 한다는 논의도 오래됐지만 기업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을 업종에 따라 도입하는 정도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조세 정의’의 수단이 되기 힘들다. 독일에서 본 4차산업사회의 휘황찬란한 청사진은 새로운 다가 올 내일에 대한 흥분과 ‘과연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라는 우울한 과제를 동시에 안겨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