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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에게 묻는다 10]김동수의 '좋은 볼배합이란 무엇인가Ⅱ'

사진=현대유니콘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달인에게 묻는다'는 5회때 SK 포수 박경완에게 "좋은 볼배합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나 한가지 찜찜한 것이 있었다. 박경완과 인터뷰를 준비할 때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던 선수가 한명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 포수 김동수(39). 1990년 LG에 입단해 18년 동안 마스크를 쓴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 안방 마님을 제쳐두는 것이 옳은 일일지,또 비슷한 답이 나오지는 않을지 계속 고민해야 했다. 고민 끝에 '달인에게 묻는다'는 김동수를 찾아갔고 인터뷰가 끝난 뒤 그동안 쓸데없는 고민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좋은 볼배합이란
김동수도 박경완과 마찬가지로 볼배합에 '정답'은 없다고 했다. "아무리 변화구를 못치는 타자도 어쩌다 칠 수 있는거고 잘 치는 타자가 뻔한 직구를 놓칠 수도 있다"며 "볼배합은 여전히 공부해야 할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단 그만의 기본은 있다고 했다. 김동수는 "일단 투수가 잘 던지는 공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이?직구라면 변화구는 직구를 살리기 위해 써야 한다. 결정구로 직구를 가기 위해 변화구를 섞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투수가 던지고 싶어하는 공을 포수가 얼마만큼 잘 알고 그게 빛날 수 있게 배합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다 카운트가 몰린다던가 하면 타자의 약점쪽으로 공략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물었다. 몸쪽이 약한 타자가 있다. 결국 그쪽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공략하겠는가.

"일단 초구 공략이 많은지 아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잘 안치는 스타일이라면 초구에 몸쪽(스트라이크)을 던지고 그 다음에는 하나두개 정도 유인구,그리고 결정구는 몸쪽으로 간다. 경기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초구를 안 치던 타자도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래서 굉장히 어렵다. 신경써서 계속 준비할수록 더 어려움을 느낀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된다. 쉽게 쉽게 가면 맞을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좋은 포수란 무엇일까
그는 수차례에 걸쳐 "포수는 투수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고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투수와 마음 맞추기가 힘들다는 뜻이었다. 좋은 포수가 되려면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 차이를 줄여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여러번 힘주어 말했다.

"타자는 치려는 욕심이 강하고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2-0에서 맞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맞으면 무척 속상하다. 유인구로 돌아가자고 해도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 투수들이 많다.

투수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 내가 너희들 연봉 주는 거 아니다. 꼭 던지고 싶은게 있으면 던져라. 하지만 결국 내가 사인낸걸 던져야 할땐 나를 믿고 던져라. 사인대로 던지면서도 긴가 민가 하면 맞을 확률이 높다.

좋은 투수는 생각처럼 그리 많지 않다. 던지고 싶은 마음만 강하지 어떻게 그걸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스트라이크 던지려는 욕심은 많고 비슷한 유인구를 던져 잡으려고는 잘 안한다. 결국 좋은 포수란 대화를 통해 투수들의 욕심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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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포수들의 고충
한국 프로야구에서 그보다 나이 많은 포수는 없다. 지나온 세월만큼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을 터. 자라나는 후배 포수들에게 김동수가 전하고픈 말을 정리해봤다.

"타자로서 타석에 섰을 때 쉬운 포수들이 있다. 상황에 상관 없이 똑같은 패턴을 유지하는 포수들이다. 경기 중 수시로 전력 분석팀의 쪽지가 덕아웃에 전달된다. '초구에 어떤 공이 많고...'등등이다. 그런데 투수나 경기에 상관없이 패턴이 똑같은 포수들이 있다. 고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볼배합은 나도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그냥 두면 더 어렵다.

젊은 포수들은 하기는 힘들다. 나도 사람이니까 원하는 곳에 공이 들어오지 않아 맞을때는,특히 결정적일때 맞으면 너무 속상하다. 안 그러려고해도 티가 난다. 포수가 어릴 수록 투수를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기 어렵다. 그럴 수록 더 공부해서 믿음을 줘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몸쪽 공의 위력
타자의 몸쪽은 포수에게 매력적인 공간이다.?그러나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선 너무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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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쪽을 제대로 던질 수만 있다면 최고 투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위협구를 던지고 나면 다음에 던질 공이 많아진다. 일단 위협구 뒤 바깥쪽으로 돌아나가면 타자의 눈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 아주 좁은 공간이지만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다시 몸쪽으로 들어가는 것도 효과적이다. 타자는 몸쪽으로 다시 오면 놀랄 수 밖에 없다. 혹시 맞히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잘 치는 타자들에게는 그런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얘기해도 안 듣는 투수들이 있다. 생각 안하면 볼 던지는 기계가 될 뿐이다. 투수도 생각을 많이 해야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9회 2아웃 역전 만루홈런
인터뷰하기 이틀 전, 김동수는 포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22일 수원 LG전서 5-3으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서 최동수에게 역전 우월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그 상황 속엔 볼배합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을 듯 했다. 김동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일단 투스트라이크까지는 잘 잡았다. 그때 변화구를 던지게 하고픈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조용훈은 이제 프로 2년차다. 1군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용훈이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은 직구다. 볼카운트가 2-2였기 때문에 이번엔 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자신없는 변화구는 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루 상황 2-3에서 승부하면 흔들릴 가능성이?높은 투수다. 제구가 완벽한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1,2루나 2,3루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루였고 다음 타자는 좌타자 박용택이었다. 밀어내기를 주고 상대한다면 막을 확률이 크게 떨어졌다. 승부를 더 미룰 수는 없었다. 아직도 그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이 나쁘게 들어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변화구를 택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무너졌을 수 있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는 큰 것을 맞았고 두고 두고 머리에 남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투수
"지금껏 가장 컨트롤이 좋았던 투수는 (김)용수형(현 LG 코치)이었다. 용수형 같은 경우 별명인 면돗날처럼 예리한 제구력이 단연 최고였다. 한쪽에 10개 던지면 8,9개는 최소한 그 근처에서 놀았다. 몸쪽 승부도 가볍게 해냈다.

이상훈은 그 당시 좌완 중 그만큼 빠른 투수가 없었다.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그래서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늘 씩씩했다. 특히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빼어났다. 승부욕이 강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던졌다. 머릿속에서 잘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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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어깨로 사는 법
김동수(39)는 최고의 기량을 지닌 포수지만 약점도 갖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약해진 송구 능력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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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현재 김동수의 도루 저지율은 2할8리에 불과하다. 8개팀 주전 포수 중 6위에 불과하다. 주자가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면 포수는 물론 투수의 머리도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김동수는 이런?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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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능력이 괜찮을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볼배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직구 위주 볼배합을 가게 된다. 빠른 주자를 잡으려면 투수와 호흡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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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루를 잡자고 경기를 그르칠 순 없다. 직구 위주로 가다가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른 배합을 가져가야 한다. 꼭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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