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저 > 미술.전시

[e갤러리] 쉰일곱, 맨발의 이 남자가 누구든…백경원 '1960년생'

2017년 작
'달 앞의 인간' 테마로 파내려간 깊은 침묵
보랏빛 가림막과 푸른빛 달의 절묘한 배치
백경원 ‘1960년생’(사진=롯데아트스튜디오)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보라색 덩어리가 가림막처럼 내려앉은 저 공간. 창인지 벽인지 아니면 짙은 밤하늘인지. 세상에 보라만큼 우울한 색이 또 있을까. 짓눌린 무게감에 눈 돌릴 곳부터 찾는다.

중견화가 백경원(58)은 뒤늦게 붓과 펜을 잡았다. 20여년의 미술교사 일을 접고 서둘러 들어선 길이다. 두 해 전에는 밝고 가벼운 드로잉으로 채운 유럽여행기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 ‘1960년생’(2017)은 다르다. 달 앞에 선 인간이란 테마로 파내려간 깊은 침묵이 먼저 보이는 탓이다.

이제 쉰일곱 살. 맨발의 이 중년남자가 누군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감히 그 인생이 보인다. 온통 암담한 상실감뿐일까. 그렇지 않을 거다. 달이 떴으니까. 달은 희망이다. 게다가 푸른빛을 잔뜩 품지 않았나.

내달 14일까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롯데백화점서 일산점 샤롯데광장서 여는 6인 기획전 ‘울프’(Wolf)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45.5×38㎝. 작가 소장. 롯데아트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