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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①대기업 나와 창업, 차량용 반도체 '우뚝'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인터뷰
팹리스 반도체 업체 2번 창업 모두 결실
MP3부터 차량용 반도체까지 국산화 기여
선제적 시장 예측과 제품 개발이 성공 이끌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는 “2번의 창업 과정을 거치면서 안된다는 생각보다 일말의 ‘가능성’만을 생각하며 왔다”며 “셋톱박스와 자동차용 칩 시장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번의 창업을 거치면서 안 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처음 일본에서 판로를 개척할 때부터 지금까지 이같은 ‘가능성’ 하나에만 집중하며 사업을 키워왔고 결국 결실을 거뒀습니다.”

17일 서울시 송파구 텔레칩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이장규 대표가 과거 창업 초창기를 되돌아보며 꺼낸 말이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이 대표는 2번의 창업을 모두 성공으로 이끌며 업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팹리스(반도체 개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며 2016년 텔레칩스를 ‘1000억 벤처기업’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1226억원. 이 대표가 1999년 설립한 텔레칩스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와 가정용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 대표에게 창업 초기는 두려움보다 가능성만 보였던 시기다. 그는 5년간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만 연구하다가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 돌연 창업을 결정했다. 그는 “막연하게 회사를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이 앞섰다”며 “당시 같은 직장에 다녔던 동료들에게 창업에 합류하겠냐고 물어보니 5초도 지나지 않아 ‘함께 하겠다’는 답을 주며 자신감을 보태줬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를 나와 동료 4명과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5평 규모의 사무실과 장비들을 마련했다. 창업 아이템은 자연스럽게 반도체가 됐다. 이 대표의 첫 회사인 씨엔에스테크놀로지(현 아이에이)가 1993년 설립된 배경이다. 이 대표는 “초창기엔 삼성전자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줬고 외부 투자도 순조롭게 이뤄져 힘들지는 않았다”며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모뎀 칩, 페이저(일명 삐삐) 칩 등을 개발해 먹거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창업은 사업 외적인 부분에서 순탄치 못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5년간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어본 적이 없었지만 재밌게 일을 했다”며 “회사 사정도 점차 좋아지면서 ‘모든 게 잘 풀리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성공하니 함께 창업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는 게 눈에 보였다”고 회고했다. 결국 기업공개(IPO) 직전 공동창업자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겼고 이 대표는 대기발령까지 받는 상황에 처했다. ‘어려움을 같이 해도 성공을 같이 할 수 없는 사람은 함께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이 대표는 퇴사를 결심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창업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구성원들의 마음은 언제나 바뀔 수 있으니 회사 경영 시스템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조작도 불가능하도록 경영진이 투명하게 경영을 공개하자는 것 이 2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1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년들에게 “당장이 아닌 5~10년 후 자기모습을 그려보고 여러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텔레칩스는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가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이 대표는 텔레칩스에서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 개발에 주력했다. MP3플레이어·카오디오용 프로세서 등의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 대표는 ‘새로운 시장에 선제적인 제품을 출시하자’는 철학으로 사업 초창기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이 대표가 CEO에 오른 것은 2014년부터다. ‘왜 바로 공동 대표직에 오르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태양’(대표를 의미)이 2개면 갈등도 많고 의사결정도 효율적이지 않다”며 “초창기 공동대표를 하자고 권유했지만 우선은 제품 개발과 영업에 주력하기 위해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MP3플레이어 시장의 확대를 예견하고 관련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텔레칩스는 녹음(레코딩)까지 되는 MP3플레이어용 반도체 시장을 개척했다. FM라디오가 MP3플레이어에 탑재되면서 텔레칩스의 기술들은 더 빛을 발했다. 2003년에는 USB에 음악을 담아 들을 수 있는 ‘USB 음악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선제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같은 시장 예측을 통해 텔레칩스는 2007년 국내 카오디오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USB로 자동차에서 음악을 듣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카오디오 시장을 선택한 것이 승부수였다”며 “스마트폰 확대로 MP3플레이어 반도체 사업 등이 위축된 부분을 카오디오용 반도체가 완벽히 상쇄해주면서 위기를 넘기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성공에는 이 대표의 저돌적인 영업전략도 한 몫했다. 그는 초창기부터 가방 하나만 매고 일본시장을 다니며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인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통합 모듈’(Audio Visual Navigation·AVN)용 반도체도 일본에서 먼저 알아봤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영업을 직접 뛰면서 2009년 일본 카인포테인먼트업체 JVC캐노드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이 레퍼런스가 돼 국내 현대기아자동차에도 들어가게 된 것”이라며 “2015년부터 국내 AVN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반도체 국산화율도 대폭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확대 중이고 중국 지역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영업을 하고 있다”며 “미국에는 2016년에 법인을 세워 대응하고 있으며 오는 6월에는 유럽에도 법인을 설립해 관련 사업 해외 비중을 기존 30%에서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00만개를 판매한 AVN용 반도체를 올해는 1500만개까지 늘릴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5~6위인 순위를 오는 2020년까지 3위 안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대표는 오는 2023년께 양산할 제품들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접목·확산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 양대 축은 자동차와 셋톱박스용 반도체 사업”이라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변화를 주며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기업에 가도 부속품처럼 일하다가 3년 만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당장이 아닌 5~10년 후 자기 모습을 그려보고 움직였으면 좋겠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재지말자. 창업을 2번이나 했지만 단 한번도 ‘안 된다’는 생각 가져본 적 없었고 ‘어떻게하면 될 수 있느냐’만 생각했다. 이같이 도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장규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1986년) △연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졸업(1988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근무(1988년~1993년) △씨앤에스테크놀로지 공동 창업(1993년) △씨엔에스테크놀로지 연구소장(1998년) △텔레칩스 공동 창업(1999년) △텔레칩스 대표이사(2014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