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저 > 문화일반

[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22회:술장사, 문 닫을 처지에 놓이다

중국 공안 차량
술장사가 제법 잘 됐다. 매일 새벽까지 영업을 해야 했다. 한국인 상무와 영업이사도 신이 나서 일했다. 조선동포 가무단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통키타 라이브 시간도 인기가 높았다. 이제 서서히 2호점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장소 물색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인 손님 위주의 영업이 아니라 중국 한족 손님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지역이 우선이었다. 중국인 상대 2호점 한국식 호프집이 성공하면 전국에 가맹점을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호사다마! 여성 영업이사를 영입한지 20여일 만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조선동포 가무단 공연까지 마친 자정께 찾아온 조선동포 어깨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그들끼리 무슨 문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패싸움이 벌어졌다. 테이블과 의자며 스탠드, 무대가 박살났다. 직원들이 무서워 피한 사이 이들 어깨들은 감쪽같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인 영업이사도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흉기까지 휘두르는 상황이 벌어졌다니 도망칠 수밖에.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신고를 해도 문제, 그렇다고 하지 않아도 문제였다. 결론은 일단 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고를 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중국 공안이 그들을 검거하기도 힘들고 검거한다고 해도 처벌할지도 미지수다. 혹시 처벌을 한다해도 그들이 가만히 있을 사람들인가? 후환이 두려웠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일이 점점 꼬였다. 3~4일에 한번씩 문제가 발생했다. 어깨들이 죽치고 앉아 조선동포 여성 영업이사를 오라고 해 앉혀 놓고는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를 했다. 한국인 손님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갑자기 고함을 치고 맥주병을 홀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한국인 손님에게 간 안주가 자신들에게 온 안주보다 훨씬 양이 많다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한국인 손님 가운데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와 같은 자리에 눌어앉아 여성 영업이사, 여종업원을 돌아가며 불러 자리에 앉으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 중에 여종업원들에게 호프집 밖에서 단둘이 만나자고 ‘작업’을 벌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같이 온 조선동포 손님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조선동포 손님과 한국인 손님 간 말싸움도 생겼다. 한족 어깨로 보이는 손님과 여성 영업이사 사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급기야 조선동포 손님들 간에 주먹 싸움이 벌어졌다. 직원 중 한명이 공안에 신고를 했다. 10여분 뒤 들이 닥친 공안들이 주먹 싸움을 한 손님들을 모두 연행해 갔다. 근무한 직원들이 모두 조사를 받았다. 공안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대처 방법은 종업원들에게 공안이 출동했다는 사실을 소문내지 말라고 당부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당부를 했는데도 허사였다. 현장을 보고 간 손님들 입을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베이징 한국인 사회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여성 영업이사가 오고 나서 2개월. 그렇게 잘 되던 집이 파리 날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조선동포 직원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길이 보이지 않았다. 투자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해서 소문내지 않고 호프집을 임대할 사람을 찾아 나섰다. 베이징에선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니 쉽지 않았다. 5개월 전 개업식 때 서울서 날아와 축하해 주었던 한국인 지인에게 전화를 하니 서울에서 한번 보자고 한다. 다음날 당장 서울로 날아갔다. 그간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설명했다. 장소가 너무 좋은 곳이니 마음에 든다고 한다. 베이징에 같이 가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그분의 일정이 마땅치 않아 서울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분은 나에게 베이징에 먼저 가라고 했지만 그분 마음이 변하기 전에 동행해야 할 것 같아 다른 볼일도 있으니 같이 베이징에 가자고 하고 기다렸다.

<계속>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