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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입장 바뀐 여야, 국회 선진화법은 죄가 없다

여권 일부에서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
소수파 의견 존중위해 2012년 제정
부작용도 목격..그러나 취지는 여전히 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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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최근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야 간 ‘공수전환’이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수야당들은 이제 와서 선진화법 개정을 말하는 것은 ‘협치 무시’라며 개정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선진화법이 소수 야당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만큼 여당 입장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역시 선진화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이 민생 법안 처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여당의 논리는 아직 설득력이 부족하다.

우선 선진화법의 탄생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진화법은 지난 2012년 5월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 처리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법안 강행 처리, 일명 ‘날치기 통과’가 가능해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빈번했다.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상임위 문을 잠그는 등 낯뜨거운 장면이 TV로 생중계돼 ‘동물 국회’란 오명도 뒤따랐다. 이를 개선하고자 직권상정 기준을 기존보다 강화하고 안건조정위와 신속처리안건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 선진화법이 탄생했다.

선진화법 덕에 여야 간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부작용도 종종 목격된다. 법안 통과문턱이 높아져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민생법안까지 계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추가 경정예산안(추경), 정부조직법 처리 등이 늦어진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선진화법 개정으로 법안 처리 문턱을 낮춰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부작용만으로 법 개정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일단 명분이 부족하다. 여당 측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게임의 룰부터 바꾸려한다는 비판부터 나온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운영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단기간 내 안정 궤도에 진입하겠다는 여당의 의도는 이해하나 자칫 다수당이 힘으로 소수 의견을 무시할 공산이 크다.

다시말해 선진화법은 죄가 없다. 소수파를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취지 역시 유효하다. 오히려 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의 잘못이 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