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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일자리 정책 …혼란에 빠진 산업계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문재인 정부가 기업에 일자리 확대를 독려하면서도 기업 현실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내놓아 산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까지 숨 쉴 틈 없이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이 쏟아졌다. 양질의 일자리 확대는 기업의 투자가 확대돼야 가능한데 일자리 정책은 모두 기업을 옥죄고 비용증가로 이어지는 것뿐이다. 정책이 더해질 때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기업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늘리겠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만 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文정부 시한폭탄

기업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비정규직 제로화’를 외쳤다. 처음엔 공공부문에서 시작하고 민간기업은 비정규직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날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는 정부가 허가한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기간제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다. 물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지만 출범 직후 지금까지의 정책 추진성향으로 볼 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것이 기업들의 반응이다.

조선·철강업체, 자동차·부품업체는 생산업종의 특성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많다. 다양한 직종의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성수기 등 계절적 요인, 근무 외 시간 등 시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비정규직 사용 사유의 범위를 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부터 산업계에서 제기한 문제점은 비정규직에 대한 기준 범위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진 통계를 보면서 한편에서는 정책을 세우고 한편에서는 반박하니 불확실성만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 생산성·효율성 높이는 보완책은 없어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친 노동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필연적으로 동반돼야 하는 노동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보완해야 할 것은 당연히 생산성이다.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8위(2015년 기준)다. 한국 근로자가 1인당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31.8달러에 그쳐 미국(62.9달러), 네덜란드(61.5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낮은 생산성과 함께 경직된 노동유연성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다. 노동시장 효율성이 137개국 중 73위로 평가되면서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지부진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기업에 있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굉장한 비용 부담이 따르는데, 이를 상쇄할 만한 보완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만은 많지만 입도 뻥긋 못하는 기업들

친 노동 일변도의 일자리 정책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기업들과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일자리 정책에 불만이 많지만 속내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전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환영한다’ ‘우려한다’ ‘이것을 더 고려해달라’며 경제단체들이 저마다의 이익을 대변해 논평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무하다. 정부 출범 초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놓고 우려한 경영자총협회나 통상임금 이슈를 둘러싸고 생산시설을 해외로 돌릴 수 있다고 했던 자동차협회 등이 정부의 압박을 받은 후 입을 닫아 버렸다. 기업들은 물론 재계의 ‘입’ 역할을 해야 할 경제단체들조차 ‘익명’을 전제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언론에 소심하게 내놓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일자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0대 기업의 하반기 채용 확대와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 인력 정규직 전환, KT, CJ, 한화, 포스코, 두산 등 대기업의 일자리 정책 동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 시간 기업 대부분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익명’을 전제로 언론에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