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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 李총리님, 뉴욕에 한번 오시지요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91점이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이 떨어졌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에서 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한 말이다.

요즘 뉴욕 학교들은 아예 학교 성적을 없애는 분위기다. 뉴욕시에서만 이미 40개 이상의 학교가 성적을 없애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뉴욕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로 유명하다. 경쟁과 평가를 교육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던 곳이다. 그런데도 성적을 없앴다. 뉴욕시 교육당국이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성취 기반 학습(mastery-based learning)’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성적이 없다고 학생들이 놀고먹는 건 아니다. 여전히 공부를 많이 시킨다. 시험도 계속 치른다. 달라진 건 시험의 의도와 목표다. 시험을 보는 이유는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는 데 있지 않다.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학습 목표가 주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의 과제를 익히고, 정해진 학습 내용에 대한 시험을 세 차례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일종의 개인별 맞춤 학습이다. 각자 배우는 내용이 다르니 학기말 고사 같은 공통 시험이 없다. 각자의 진도에 맞춘 그때그때의 개인별 테스트만 있다. 시험의 목표는 학습 목표를 얼마나 잘 익혔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철저히 맞춰져 있다.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는 더 높아졌다. 이민자 자녀가 많은 뉴욕의 플러싱 인터내셔널 중학교는 성적이 바닥권이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학생들의 7%만이 목표 수준의 영어 읽기가 가능했다. 수학은 5%만 기준에 부합했다. 성취 기반의 교육 시스템으로 바꾼 이후 학생들의 29%가 목표 영어 실력에 도달했고, 수학은 26%가 평균 목표치를 맞췄다.

예전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불가능했다. 학생별로 맞춤학습을 진행하려면 너무 많은 교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를 통한 온라인 학습 기반이 상당히 발달했다. IT 기술을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를 돕는 산파의 역할을 맡는다.

‘아무리 그래도 91점 맞는 학생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한 100점 맞는 학생이 훌륭한 학생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높아지고 평균 점수가 99점에 도달하면 오히려 당황한다. 그리고 ‘변별력’ 운운하며 문제를 꼬아내기 시작한다. 그래야 91점 학생과 100점 학생을 나누고 다시 등수를 매길 수 있으니까.

성취 기반 학습 프로그램에는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실패라는 개념이 없다. 뉴욕시 교육청의 조이 놀란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성취 기반 학습의 유일한 목표는 아이들의 성장입니다.” 1등이냐 2등이냐 3등이냐를 가르는 게 목표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배우도록 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학생 등수를 따지는 건 주로 대학입학처장들이 하는 소리다.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고민은 달랐으면 한다. 이 총리의 뉴욕 방문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