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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불통'의 트럼프시대 생존이 우선이다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우리말에 ‘미친년 널뛴다’는 표현이 있다. 정신이 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널까지 뛰고 있으니 무슨 일을 벌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 말이 자주 생각난다. 방향도 없고 체계도 없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일방통행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적인 분란을 양산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최근까지 지난 두 달여의 행보는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취임 전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국경세’까지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급기야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만들어 팔라는 것이다. 결국 일부 업체는 백기투항해 미국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취임 후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7개 이슬람권 국가에는 한시적으로 국경을 닫아버렸다. 이에 지난 3일(현지시간) 유럽연합정상회의에 모인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자국은 물론 세계 시민들의 시위와 반발이 들끓게 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했다.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한 한국은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할 상황이다.

이로써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며 국제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은 트럼프식 쇄국정치로 세계와 담을 쌓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미국만의 이슈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역대 두 번째로 큰 987억달러(약 113조원) 흑자를 기록하며 19년 연속 흑자행진 중이다. 미국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으니 통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도 한국으로선 걱정이다. 이미 양국 간 통상전쟁이 예고된 만큼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우려가 높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변화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 무역의존도가 큰 한국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중심의 살림살이를 꾸려온 한국기업들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은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설립하고 투자하는 계획을 다시 짰다.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리스크에 조금이라도 보조를 맞추겠다는 눈치 보기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트럼프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 대기업들은 올해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도 불확실해졌다. 삼성은 그룹공채 없이 계열사별로 필요한 인력만 뽑는다고 한다. 촛불 민심이 반기업 정서로까지 흐른 상황에 무리한 채용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아들·딸에게 돌아올 형국이다.

물론 정경유착으로 인한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이 지경까지 만든 잘못은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환경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일까지 못하게 해선 안 된다. 정부의 무능함과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동은 이미 국가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이젠 여기에 이젠 트럼프식 ‘불통’까지 가세하지 않았나.

이 모든 짐을 기업에만 지우는 건 불공평하다. 무엇보다 트럼프시대에 살아남을 정부의 국가전략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기업의 경영시계가 돌아가야 국가의 경제시계도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