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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이 일러준 '수많은 처음'

처음처럼
신영복ㅣ308쪽ㅣ돌베개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 사람의 일생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있다. 그 사람이 세속적 가치에서 얼마나 뭘 이뤄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시대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가도 참 중요하다.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시대의 지성 신영복(1941~2016) 선생이 쓴 글과 그림을 가려 모은 잠언집이 나왔다. ‘신영복 서화 에세이’(2007)란 제목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책을 근 10년 만에 새로이 펴냈다. 선생은 투병 중에도 문장을 다듬고 그림을 모았다. 마지막까지 손수 정리한 유작인 셈이다.

책에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진심 어린 성찰’이 담겼다. 특유의 깨우침과 생활 속 진리, 감옥 일화 등 역경을 이겨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격려’를 만날 수 있다. “공부는 망치로 한다.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것”이라던가 “세월호 참사는 하부의 평형수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하부의 중심인 서민들의 의지를 억압하고 상층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평형수를 제거하고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어내는 것”이란 철학은 울림이 크다.

선생은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처음을 살피고 만들어내는 까닭은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될 무수한 역경을 꿋꿋이 견뎌내기 위해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