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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의 투쟁…링 밖에서 더 위대했다

더 그레이티스트
월터 딘 마이어스|252쪽|돌베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954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시의 빈민가. 비쩍 마른 열두 살 흑인 소년이 아끼던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복수를 다짐하며 권투에 입문한 소년은 몇 년 뒤 세상을 뒤흔든 복서로 성장한다.

프로 통산 56승5패. 이 중 37번은 KO승.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세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복서’로 불리는 무하마드 알리(1942~2016)다. 책은 그의 1주기(6월 3일)를 맞아 한국어로 번역·출간한 평전이다. 미국에선 이미 2001년에 선보였으나 한국어로 나오는 데까진 16년이 더 걸렸다. 흑인 복서에 대한 국내 독자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책은 알리의 링 밖 세상에 무게를 둔다. 인구에 회자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명구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불세출의 복서였을 뿐 아니라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한 실천적 반전평화주의자, 흑백 분리정책에 반기를 든 흑인민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알리를 재조명한다.

1964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던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당대 최강자 소니 리스턴을 꺾으며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등극했을 때도 그는 새로운 용기를 냈다.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 주니어’라는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바꾼다. 흑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인종차별에 맞서 흑인민권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미국 정부가 1967년 베트남전 징집영장을 보내자 “베트콩과 싸우느니 흑인을 억압하는 세상과 싸우겠다”며 거부한 일화도 유명하다.

평전에서 빠진 부분은 세 번 실패한 결혼과 혼외자식 문제 등 알리의 사생활. 이에 대해 저자는 “알리는 인간적 결점과 나약함이 있는 남자였다. 나는 ‘더 그레이티스트’에 관해서만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책은 왜 새삼스럽게 그의 생애를 반추해야 하는지, 왜 그의 일대기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준다. 알리는 복싱보다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 평전이 그렇듯 저자는 재차 강조한다.“복싱선수를 넘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흑인이자 무슬림, 반전운동가의 상징으로 견뎌 냈으며, 나아가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고독과 질병을 이겨낸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파킨슨병으로 손이 떨리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 알리에게서 저자는 ‘용기’를 읽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