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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헌 약속, 이번에도 물 건너가나

논설 위원
국회 헌법개정특위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했다.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해 5월 국회 의결을 거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이번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개헌 주요 쟁점에 대한 집중 토론을 벌이고 관련기관 사이의 의견수렴 절차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지켜지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정당·정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게 문제다. 역대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다 비참한 퇴임을 맞아야 했던 퇴행적 권력구조를 끝장낼 때가 됐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아니면 분권형 중임제를 놓고 각론에서는 저마다 생각이 다른 게 현실이다. 선거제도와 기본권에 있어서도 합의 도출이 쉽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이른바 ‘87 체제’ 이후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인 만큼 손봐야 할 부분이 많은 건 당연하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위가 내달부터 개헌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지만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적폐 청산’을 둘러싸고 혈투에 돌입한 여야가 뒤이어 벌어지는 입법 및 예산 다툼을 제쳐놓고 개헌 작업에 매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변수다. 개헌은 대선보다 중요한 국가 대사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지만 대선후보 시절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자고 요구할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한국당 의석이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고 있으므로 자칫 ‘차기 정권 개헌’ 약속이 번번이 불발로 끝난 노무현 정권 이래의 전례가 재연될 판이다.

홍 대표의 주장은 어떻게든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는 조바심의 발로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초점을 맞추려는 지방선거가 자칫 개헌에 파묻히면 여간 낭패가 아닐 게다. 그러나 본인 말마따나 그렇게 중요한 개헌이 특정 정당의 선거전략에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개헌 정국을 주도하는 것만이 민심을 얻고 선거에도 이기는 지름길이다. 국민과의 약속인 개헌을 또 미뤄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