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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문현답]“요령 아닌 역량을 키웁니다"…취업난 뚫는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고려대, 자기이해·직업정보·구직스킬 3단계 취업지원
“발음 불명확”…발표 자세 조언하며 면접 역량 강화
“취업률 수치 끌어올리기보다 학생 역량강화에 초점”
고려대 취업률 73.8%..졸업생 2천명 이상 대학 2위
고려대 ‘모의 역량면접 서비스’에서 멘토 역할을 맡은 손진훈(중어중문학과 4학년)씨가 지난 5일 고려대 경력개발센터에서 학생들에게 기업 PT면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고려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 4월 5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수업을 끝낸 학생 6명이 오후 5시가 지나자 교내 4.18기념관 취업교육강의실로 들어섰다.

먼저 입을 연 학생은 손진훈 씨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생이다. 그는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의 면접 트렌드를 안내해 드리고 실제로 프레젠테이션(PT) 면접을 진행해보겠다”며 “PT 이후에는 면접관과 면접자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의면접에 응시한 학생은 이진원(가명·4학년)씨와 김가은(가명·4학년)씨다. 이들은 실제 기업 PT면접에서 제시됐던 문제를 받고, 50분간의 준비시간을 거쳐 발표한다.

발표 후에는 면접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의 비평이 이어진다. 같이 면접을 본 학생도 서로의 발표 태도나 내용을 평가해준다. 면접관 역할을 맡은 한 학생은 이씨의 발표가 끝나자 “발표 중 제스처를 많이 하는데 필요 없는 부분에서의 제스처는 면접관의 신경을 거스를 수도 있다”며 “발표하는 내내 짝다리를 짚는 것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같은 발표자 입장인 김씨도 이씨의 발표에 대해 “긴장할 때는 말이 빨라지거나 발음이 불명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매주 2번 이상 벌어지는 풍경이다. 교내 경력개발선터가 운영하는 ‘모의 역량면접 서비스’다. 전문교육을 받은 학생이 모의면접을 신청한 학생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면접관이나 강사 역할을 하는 학생은 ‘커리어 코치’다. 총 68시간의 집중 교육을 받은 뒤 학생들 앞에 선다. 이들은 PT면접이나 토론면접에서 부족한 점을 조언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를 보완할 전략을 피 평가자와 함께 수립한다. 한 학기 ‘커리어 코치’로 활동하는 학생은 모두 12명. 이들은 동료 학생들의 ‘면접 멘토’ 역할을 하고 학교로부터 한 학기 18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받는다.

PT면접이나 토론면접은 최근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많이 쓰이는 면접방식이다. 지원자의 직무역량·인성·태도·논리력·의사전달능력 등을 한 번에 평가할 수 있어서다.

한 해 모의 역량면접 서비스를 받는 학생은 300여명 정도다. 최근 모의면접에 참여한 차희원(가명·4학년)씨는 “실제 PT면접과 같은 환경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도 몰랐던 버릇이나 약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기업 채용 면접을 보게 될 텐데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취업률은 73.8%(2016년 12월 말 기준)로 졸업생 2000명 이상 대학 중 전국 2위다. 채용 뒤 1년간 취업을 유지하는 비율(유지취업률)도 91.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고려대 취업률의 비결은 경력개발센터에서 나온다. 모의 역량면접 서비스와 같이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만 13개에 달한다. 고려대 재학생 중 경력개발센터 프로그램 연간 이용자 수는 7000여명으로 졸업생(4000여명) 수의 2배에 가깝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는 학생들이 △자기 이해 △직업정보 △구직스킬 등 3단계를 거쳐 취업에 성공하도록 돕고 있다. 먼저 학생 본인의 적성·소질을 파악하도록 돕고 채용정보를 제공해준다. 마지막은 면접·직무적성검사 등에서 합격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단계다.

김인기 경력개발센터 과장은 “기초역량을 키워주고 거기에 구직스킬을 얹혀줘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먼저 나를 이해하도록 돕고 직업정보를 주고 스킬을 보완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는 취업 프로그램별로 재학 중 어느 시점에 이수하면 좋을지 ‘권장 학기’를 제시한다. 예컨대 1학년 때는 주로 커리어상담서비스나 커리어리더십캠프에 참가, 본인의 적성을 파악토록 하고 있다. 이어 2학년 때는 취업한 선배를 통해 최근의 채용정보와 직무정보를 얻도록 하고 있다. 면접에 대응할 역량을 키워주고 구직스킬을 얻는 프로그램은 3~4학년 때 듣는 게 바람직하다.

김인기 과장은 “구직스킬을 키워주는 직무적성검사 대비 과정이나 모의역량 면접서비스 등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면 1~2번의 특강에 최대 수십만 원을 들여야 한다”며 “고려대는 학생들이 이런 서비스를 최대한 교내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나실 경력개발센터 부장은 “학생들에게 구직스킬만 키워주면 일시적으로는 취업률을 올릴 수는 있어도 원치 않는 곳에 취업하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며 “대학 취업률 성과에 매몰되기 보다는 학생 스스로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