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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흑묘백묘(黑猫白猫)와 중소기업 대통령

[이데일리 류성 벤처 중기부장] 대통령 선거일조차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대선이라는 메가톤급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대선후보마다 장기침체에 빠져든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해법찾기는 수박겉?기 식이고 각자 진보,보수,또는 중도노선의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 굳히기에 혈안이라는 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마치 노선과 색깔이 대통령 당선을 위한 결정적 기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언론도 대선후보들 색깔의 농도를 리트머스지처럼 경쟁적으로 분석하며 한술 더뜨고 있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에게 대선 후보간 노선이나 색깔,이념 논쟁은 ‘배부른 자들의 말잔치’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런 거대 담론에 관심을 가질만큼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 갈수록 하루하루 생활이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국민은 오로지 작금의 힘든 현실을 타파하고 보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수 있는 역량을 갖춘 대통령을 원한다. 젊은이들이 신명나게 일할수 있는 일자리가 넘쳐나는 세상, 노후를 걱정없이 보낼수 있는 세상, 자영업자들이 공들인만큼 소득을 올릴수 있는 세상, 기업들이 정부 규제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사업을 펼칠수 있는 세상. 이런 세상을 국민은 간절히 바란다.

이념과 노선논쟁에 날새는 줄 모르는 대선주자간 진흙탕 싸움은 1970년대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은 고양이 색깔이 검은색이든, 하얀색이든 가리지 않고 쥐를 잘 잡는 고양이라면 어떤 빛깔이든 두손들어 환영한다. 대선후보가 자파든,우파든,중도든 관계없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려 삶의 질을 높여줄 혜안있는 경제 대통령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기대한다.

특히 시대적 환경은 준비된 경제 대통령으로 국민비준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요구한다. 과거 정부주도 재벌 중심 선단식 경제개발 시대는 종언을 고한지 오래다.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중후장대형 산업 및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사업에 절대의존하는 국가경제의 취약성과 위험성은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대안은 한국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과 벤처,중견기업의 육성과 성장이다. 그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대기업들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소기업들마저 삐걱거리면 한국경제는 ‘날개없는 추락’ 그 자체다.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이고 우선적인 국가와 정부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모든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하루빨리 전면 전환,대체하는 일이 시급하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수 있는 유일한 솔루션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하고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한다. 일부 대선주자는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그 정도로는 대기업이 확고한 중심축을 차지하는 작금의 경제정책과 정부조직을 혁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소기업부 수장을 경제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고 모든 경제 관련부처의 최우선 정책과제 및 예산배정은 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히도록 근본적 틀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방해물은 역설적이게도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승승장구해온 과거의 ‘성공신화’다. 대기업이 주인공인 이 성공신화는 이미 막이 내렸지만 아직도 재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차기 중소기업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는 중소기업들이 제2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도록 만드는 일이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