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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임산부 배려석에 아직도 아저씨가...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출·퇴근시간의 대중교통은 항상 만원이다. 직장인들은 이번 차를 놓치면 지각할 수 있다는 걱정에 버스와 지하철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임산부 직장인도 출퇴근 전쟁을 피할 수는 없다.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임산부인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는 퇴근시간대 교대역에서 강남역 방향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예상했던 대로 열차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는 ‘기적’을 만났다.

임산부 배려석은 이름과 달리 임신부에 대한 배려를 만나기 힘든 자리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리낌 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다. 임산부가 앞에 서면 간혹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임산부들은 임산부 배려석 대신 노약자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늘 감동적인 배려가 있는 것은 아니다.또 다른 어느날 출근시간대 서울 화곡동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606번 버스. 만원 버스에서 배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안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분홍색으로 칠해진 임산부 배려석 앞이었다.

자리에는 40대 남성이 앉아 있었다. 자리를 비켜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될까 싶어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만원 버스 안에서 이동은 쉽지 않다. 가방을 메고 겨우 기둥에 의지한 채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내내 임산부가 앞에 서 있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초저출산시대 임산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따뜻하게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 전환은 설익은 느낌이다. 임산부 배려석 관련 언론보도에는 ‘임신이 자랑이냐’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서 달라는 요구를 받고 기분이 나빴다’는 등 불쾌감을 드러내는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임신은 자랑이다.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를 위해 준비된 자리다. 오히려 자리를 차지하고 버티는 게 미안한 일이다. 변화의 시작은 공감이다. 버스·지하철 자리에 앉았을 때 임산부가 앞에 선다면 자신의 가족이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는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10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