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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슈퍼 복지예산’에 대한 기대와 우려

논설 위원
정부가 어제 국무회에서 42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보다 7.1% 늘어난 규모다.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09년 이후의 예산안 중에서 증가폭이 가장 크다. 내년의 나라 살림을 적극적으로 끌어가겠다는 정부 의지를 엿보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이번 예산안이 서민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보건·노동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결과 복지예산 비중이 전체에서 사상 최대인 34%를 차지한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정부가 돈을 쓸 곳에 써야 한다”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언급에서도 정부의 정책 의지가 드러난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적 예산 정책을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끌어갈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정부 수입은 뻔한 상황에서 곳간 문을 열어놓은 채 계속 퍼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설사 살림살이에 여유가 있다 치더라도 내일을 위해 비축해 두는 자세가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비축은커녕 빚을 내서라도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이다. 외상으로 잔치를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학이전 아동들을 위한 누리과정 지원과 대학의 반값 등록금 지원 확대 방안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장병 월급도 단숨에 두 배로 인상되며 심지어 바캉스 휴가비도 지원된다니, 국민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생활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심이 좋다고 해도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마냥 선심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향이 맞다고 해서 현실 여건을 거스르는 정책이 모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행히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계획하고 있으면서도 예산 지출에 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니, 그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쓸데없이 새나가는 요인을 철저히 가려냄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다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다짐이다.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다급한 대로 끌어 쓰자고 빚쟁이 정부, 빚쟁이 국민이 되는 결과만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