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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부결처리된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논설 위원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이념편향 시비로 논란을 빚었던 김 후보자가 결국 국회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져 찬성, 반대가 각각 145표라는 팽팽한 표결로 나타났다는 자체에서 그의 이념 편향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고도 지금껏 100일이 훨씬 지나도록 유야무야 끌어왔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표결을 미뤄 온 국회에도 잘못이 있었겠으나 인선 내용이 발표되면서부터 논란의 연속이었다.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당시 헌법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는 점에서는 면밀한 검증이 필요했고, 인사청문회 절차가 끝나고도 여야의 대립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헌재소장이라는 자리가 헌법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로써 검찰과 법원, 헌법재판소 진용을 대폭 교체함으로써 사법개혁을 추진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본 구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미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와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중도 낙마로 사전 검증과정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른 후보자의 경우와도 또 다르다. 개인적으로 감춰졌던 흠결이 새로 드러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사회적 가치관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 처벌 문제에서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도 논란거리였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부결 처리가 오늘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김 대법원장 후보자도 진보적 색채를 띤 것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월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 이래 공백사태가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 안타깝지만 여야는 물론 국민이 흔쾌히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 지명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선택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