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기자수첩]인권 외치며 갑질 일삼는 '투캅스'

警, 비정규직 정규직화·갑질 척결 본격 시동
무기계약 돼도 변함없는 협박과 입단속
노동자 입에 재갈 물리는 관리규칙 물의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출범 1주년을 맞은 이철성호(號) 경찰이 조직 내 ‘갑(甲)질 문화’ 척결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 하고 있다. 최근 ‘조직 내 갑질 행위 금지 지시사항’을 전국 모든 일선서에 하달한 데 이어 이달 1일부로 전국 지방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70여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간접 고용 비중이 가장 높은 환경미화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책 수혜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최근 무기 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된 노동자들은 되레 전보다 압박이 심해졌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경찰은 지난 1일 ‘경찰청 무기계약근로자 관리규칙’에 징계사유 조항을 신설했다. 무기계약 근로자들이 △담당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에 사용하는 경우 △고의·중과실로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손해를 초래한 경우 등 문제를 일으킬시 정직·감봉·견책은 물론, 해고까지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러낸 뒤 기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했다니 여전히 갑질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경민 경찰청공무직노조(경공노)위원장은 “평가 과정에서 경찰의 주관이 다소 개입될 수 있음에도 불구, 최하 점수를 2번 받으면 곧바로 해고한다는 조항도 있다. 제도와 규칙의 내용들부터가 갑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경공노는 해당 관리 규칙 및 근무 평정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경찰은 ‘기밀누설금지조항’은 경찰 공무원 행동 규칙에도 나와있는 것으로 공공기관 근로자들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라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해당 규칙은 경찰 공무원들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비정규직·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은 적용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을뿐더러 처음부터 서약서를 쓰지 않고 입사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대다수다.

국민 보호의 사명 아래 여러 가지 권한을 부여 받은 경찰과 국가에 봉사할 의무도 권력도 갖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찰공무원과 같은 잣대로 논할 수는 없다. 인권경찰을 표방하면서 안에서는 여전히 갑질 행태를 버리지 못한 두 얼굴의 경찰을 신뢰해도 좋을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