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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환경 최악인데…정부는 계속 '고용 늘려라'

기업들, 채용확대 고민에 한숨만
임금인상 등 일자리 창출에 역행
기업 부담 줄일 방안도 고려해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왼쪽)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이재운 기자] “첩첩산중이다” 최저임금·통상임금 인상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양대지침 폐기 등 급변하는 노동 환경을 두고 재계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이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채용을 늘리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과는 끊임없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고용과 투자 확대를 유인할 만한 ‘당근’없이 ‘채찍질’만 해서는 문재인정부의 고용 정책도 ‘헛바퀴’만 돌다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25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완화, 투자 세액공제와 같은 정책 지원으로 기업들을 쌍끌이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일자리는 늘리라고 한다”면서 “현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는 걸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의 다른 관계자는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최저임금, 통상임금 확대 등 기업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려면 최소한 인력 활용의 유연성은 담보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4대그룹 관계자는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로드맵에 대해 재계, 노동계, 관계 등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목소리를 반영하는 건 옳지 않다”며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특히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표명했다. 그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양대지침을 존치한다고 한 지 2년도 안돼 다시 폐기해버려 기업들 입장에서는 난처해졌다”면서“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협력사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영향은 오히려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1~3차 협력업체의 인건비 상승 요인이 발생해 원가가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납품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제품 가격 상승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대지침 폐기 선언으로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고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의 투자 결정 등도 뒷전으로 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 방향은 정부가 선택하는 문제지만, 노동 정책의 큰 흐름을 바꾸는 것이기에 좀 더 고민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 목표 수행과정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투자, 고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