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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계 경제…차기 韓銀 총재의 자질論

①정부와 공조 ②신속한 결단 ③국제적 감각
美 파월 선임, 日 구로다 연임
재정·통화 협력 염두에 둔 인사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전문성, 빠른 판단력 겸비해야
국제업무 경험은 선택 아닌 필수
미·일·유로존 정책과 발 맞춰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 왼쪽)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안승찬 기자] “예상은 충분히 했지만, 막상 되고 나니 좀 놀랍네요.”

‘돌격대장’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오는 4월 임기 만료 이후에도 연임할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금융권에서 나온 반응이다. 그럴 만도 하다. 일은 총재의 연임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1961년 이후 무려 57년 만이다. 구로다 총재는 올해 74세(1944년생)의 고령이기도 하다. 5년 임기를 채우면 우리 나이로 팔순에 가깝다. “너무 나이가 많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그의 연임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수장도 지난 5일 제롬 파월 의장으로 바뀌었다. 시선은 한국은행에 쏠린다. 공교롭게도 한은 역시 총재 교체기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는 내달 말 끝난다. 세계 경제의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차기 한은 총재에게 필요한 자질론(論)이 거론된다.

◇‘아베 돌격대장’ 구로다 연임의 시사점

첫 손에 꼽히는 게 나라 경제의 안정을 위한 정부와 정책 공조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투명한’ 협력이다.

중앙은행과 정부는 긴장 관계에 놓여야 정상이다. 성장이라는 성과를 내고 싶은 정부는 완화 정책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목표는 물가다. 물가가 올라 통화 가치가 추락하는 걸 막아야 하는 책임이 있다. 서로 바라보는 지점이 다른 만큼 두 기관이 찰떡 공조를 이루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구로다 총재의 연임이 주목되는 건 이 지점이다. 거시경제의 두 축인 재정과 통화 간 협력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와 공격적인 양적완화(QE)를 전격 도입했고, 엔저(低)를 유도해 수출을 일으켰다. 최근 일본 경제가 꿈틀대는 건 그의 공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시장이) 구로다 총재의 수완을 신뢰하고 있다”고 했다.

두 기관의 협력은 자칫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에서 10년여간 일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처럼 두 기관이 사전에 투명하게 밝히고 정책을 하는 것은 (정부가 금리정책을 좌우하는) 독립성 논란과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파월 의장 역시 트럼프 정부와 공조를 염두에 둔 인사다. 애초 연준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파월 의장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사람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다. 트럼프 정부와 연준의 협력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명예직 아니라 일하는 한은 총재 돼야”

‘일하는’ 총재도 필요한 자질이다. 한 금융사의 베테랑 거시경제 전문가는 “요즘 한은 총재 하마평을 보면 총재직의 명예만 좇는 것 같은 이들이 일부 보인다”며 “제대로 일할 사람이 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로다 총재가 아베의 돌격대장이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성과를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다른 사립대 경제학 교수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지면 경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그런 와중에 (우물쭈물 하지 말고) 통화정책 계획을 조금 더 빨리 밝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통화정책 전문성은 기본이고, 거기에 결단력까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능란한 국제 감각도 중요하다. 한은이 중국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국과 잇따라 통화스와프 계약을 한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중앙은행 수장들끼리 어깨 툭툭 치면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안면 장사’가 큰 몫을 했다. 게다가 신흥시장인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의 통화정책 방향과 따로 가기 어렵다. 국제 경제의 정세를 읽는 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인사는 “국제 업무 경험이 충분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한편 현재 청와대는 차기 총재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는 후보군을 2~3배수 정도로 압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초께 지명할 게 유력해 보인다.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 한은 금융통화위원 출신 박봉흠(70) 전 기획예산처 장관의 이름이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한은 간부 출신인 장병화(64) 서울시립대 초빙교수(전 한은 부총재)와 이광주(67) 연세대 특임교수(전 한은 부총재보)도 하마평이 돌고 있다. 청와대는 일부 학계 인사들도 인사 검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총재의 연임론도 제기된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총재도 검증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