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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 근육이 결정…'근육 부도' 막는 실버푸드 만들 것"

매일유업, 올해 2월 업계 최초 연구개발(R&D) 연구소 출범
김용기 사코페니아 연구소장, "현상 대처 보다 예방에 초점"
시니어 산업 확대…정부 제도적 지원 뒷받침 중요
김용기 사코페니아 연구소장이 서울 광화문 매일유업 본사에서 대표적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근감소증 전문 연구개발 조직인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연화식(軟化食) 등 현재 국내 실버푸드 시장은 이미 문제가 발생한 뒤의 상황에 맞춰져 있는데, 노화 관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의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용기(51) 소장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매일유업 본사에서 “노화에 따른 문제의 상당 부분은 근육 손실과 관련된 것”이라며 “저작(咀嚼·씹는 기능) 문제나 체내 대사 기능 저하로 각종 질환이 생길 수 있어 문제 발생 전 단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 연구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 사코페니아에 질병 코드 부여

사코페니아(sarcopenia)는 팔·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이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으로,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감소를 의미하는 ‘페니아’(penia)를 합친 말이다. 지난해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코페니아에 질병 분류 코드를 부여, 정상보다 근육량이 적은 것을 정식 질환으로 인정했다.

매일유업은 저출산·고령사회 진입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영·유아에 집중했던 기존 뉴트리션 사업을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하고, 시니어 뉴트리션 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사코페니아 전문 연구개발(R&D) 조직인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코페니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정확한 실태조사 조차 없는 실정이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남성의 사코페니아 유병률은 11.6%이고, 80대가 되면 38.6%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사코페니아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전이라 국내에선 질병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정확한 유병률 현황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방을 위해선 근력 운동이 중요한데 질환으로 보는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에 따른 노화 현상 자체야 막을 순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 사코페니아 같은 질환을 겪진 않기에 적절한 영양 섭취와 운동 등 예방활동을 통해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니어 질병 예방 식품 시장 급성장할 것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요즘 노인 근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노년의 삶은 연금과 근육이 결정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TV광고와 홈쇼핑에선 ‘근육 저금’ ‘근육 잔고’ 등의 용어를 쓴 제품 소개가 수시로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도 질환과 부상없이 살아가는 ‘건강수명’을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시니어 산업 규모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베이비붐 세대(한국 전쟁 직후인 1955~1963년 출생)와 포스트 베이비붐(1964~1974년 출생)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존의 고령층에 비해 학력이 높고 자산이 많아 소비 성향이 더 적극적이다. 또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으로 취미와 여가생활도 적극 즐겨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 통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고령친화산업환경 변화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건강과 레저·스포츠·문화 등 시니어 관련 산업 규모는 2010년 약 27조원 규모에서 2020년 약 72조원 규모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6년 대비 지난해 50~60대의 건강식품 및 다이어트 식품 판매, 헬스기구와 수영용품 판매는 각각 28%, 42%, 3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소장은 “앞으로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질병 예방 관련 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코페니아 예방 관련 시장 역시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대표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선진국에 비해 국내 고령층의 경제력이나 구매력 등이 뒤처지는 현실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 소장은 “시니어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지만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새로운 시장 창출과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투자와 제도 차원의 지원이 맞물린다면 시니어 시장은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분야에서 매력적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한편, 고령층이 필요한 영양을 부담되지 않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연구소의 첫 결실은 올 하반기쯤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