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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뒷구멍에서 호박씨 까는 공기업 채용

논설 위원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에 청년 구직자들을 절망시키는 채용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최근 실시한 공공기관의 채용업무 감사에서 합격자를 미리 정해놓고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사장 조카,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채용한 비리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공공기관이 300개가 넘는다는 점에서 이번 감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실력 있는 ‘흙수저’들을 절망시키는 기득권층의 끼리끼리 채용 비리는 개탄할 일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현역 의원의 비서관을 관련분야 실무 경력이 조건에 미달했는데도 사장의 개입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디자인진흥원은 인성·적성검사와 필기점수를 조작해 원장 딸 친구 등을 합격시켰다. 대한석탄공사는 서류 점수가 탈락 대상인 사장 조카를 역시 점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부정 채용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사장의 지시를 받고 사장의 전 직장과 학교 후배 2명을 비공개로 특채했다. 전형기준은 있으나 마나 한 ‘엿장수 마음대로’였던 셈이다.

이러한 비리는 경쟁의 공정성을 믿고 응모한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특히나 공공기관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꿈의 직장’으로 합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곳이다. 그 이면에 부조리한 청탁에 따른 뒷문 채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낙담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만드는 반사회적 범죄다. 공공기관들을 전수 조사해 비리가 드러나는 대로 관련자 모두를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취업난이 심각해질수록 부정청탁 채용비리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은 보완할 점이 없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새 평가 기준에 대한 연구나 검토가 전혀 없고 경험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할 경우 청탁과 부정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신학교나 학점 등을 배제하고 실력만으로 뽑는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차제에 원천적으로 비리의 소지를 막을 수 있도록 채용제도 전반을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