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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인 부대’로 채워진 4강 대사 문제없나

논설 위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이 그제 러시아 주재 대사로 내정됨에 따라 뒤늦게나마 4강 대사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들 내정자가 모두 외교 전문가가 아니어서 뒷말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주미대사에 조윤제 서강대 교수, 주일대사에 이수훈 경남대 교수, 주중대사에 노영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역대 정권의 첫 4강 외교 진용에서 외교관 출신이 전면 배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내정자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형적인 ‘보은(報恩) 인사’라는 얘기다.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사직을 맡기는 것은 외국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청와대가 인선 배경을 설명하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 공유와 함께 ‘정무적 역량’을 강조한 것도 이들의 발탁에 문 대통령과의 친분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는 바람에 한반도 위기는 갈수록 증폭되는 국면이다. 이 엄중한 상황에 우리 외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기 그지없는 미·중·일·러 대사를 한두 명도 아니고 4명 모두 외부 인물로 채우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인권·다자외교 전문가일 뿐 안보 및 4강과의 양자협상 경험이 전무한 터라 더욱 그렇다.

4강 대사가 비외교관 일색인 것은 외교부나 직업 외교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재외공관과 외교부를 거쳐 올라오는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직보 체제를 구축하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얘기다. 조 내정자가 “양국 정상 간에 정직한 메신저가 되겠다”고 밝힌 것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는 직업외교관은 징계를 동원해 책임이라도 물을 수 있지만 외교 문외한이 잘못된 정무적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면 바로잡기가 훨씬 힘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보고 체계가 중요하다고 그 잣대로만 대사를 발탁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외교관들과의 협업 능력이나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함량미달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