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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에 새겨진 모순과 왜곡…3색 몸부림으로 그리다

서울세계무용축제 내달 9일 개막
한예종 사제 간 여성 안무가 3인
페미니즘 주제 현대무용 한 무대
자신의 심리·몸 탐구해 이미지화
20전째 축제, 19개국 45개팀 참여
영국·스페인 무용작품 집중 소개
안무가 전미숙(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양한 페미니즘이 대두된 지금의 관점에서 여성의 마음을 고민하게 된다. 최근에 팔을 다쳐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몸을 다시 탐구하며 새로운 감각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작품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대무용가 차진엽)

페미니즘이 무용계에도 뛰어들었다. 다음 달 개막하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이하 시댄스)는 전 세계 19개국에서 온 다양한 현대무용 작품을 선보인다. 그 중 한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여성 현대무용가가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한국종합예술학교(이하 한예종) 무용원 스승과 제자 사이인 전미숙(59)과 차진엽(39)·김보라(35)가 그 주인공이다.

안무가 차진엽(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여성 안무가 전미숙·차진엽·김보라

세 사람은 다음달 25일과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전미숙무용단과 함께 공연한다. 전미숙은 무용수로서 자신에게 작별과 위안을 선사하는 ‘아듀, 마이 러브’를 재공연한다. 차진엽은 여성을 성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면서 생기는 모순과 왜곡을 다루는 ‘리버런: 불완전한 몸의 경계’를 신작으로 선보인다. 여성의 신체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이어온 김보라는 ‘100% 나의 구멍’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 시민청 태평홀에서 만난 차진엽은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여성으로 바라본 몸에 대한 탐구 등을 담은 작품들”이라면서 “여성에 대한 특별한 이슈를 던진다기보다 각자의 색깔로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사람이 안무가로 하나의 주제로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진엽은 “이번 공연은 스승과 제자로 연을 맺었던 세 사람이 무용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동료로 한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미숙은 1981년부터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한예종 무용원 교수 겸 무용원장으로 제자들을 키우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차진엽은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국 LDP무용단 창단멤버로 영국 호페쉬 쉑터, 네덜란드 갈릴리 댄스컴퍼니, 영국 국립오페라단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김보라는 무용단 아트프로젝트보라를 이끄는 젊은 현대무용가로 국내외 주목을 받고 있다.

안무가 김보라(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


△국내 최대 무용축제…영국·스페인 작품 주목

시댄스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가 1998년부터 주최해온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무용축제다. 올해로 20회를 맞이한다. 그동안 75개국 394개 외국 무용단과 528개 국내 무용단이 참가했다. 한국 현대무용의 저변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올해도 해외의 우수한 현대무용 작품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총 19개국 45개 단체 40여 편의 작품으로 축제를 펼친다. 영국과 스페인의 현대무용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영국 특집’은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해 기획했다. ‘육체의 시인’으로 불리는 무용가 러셀 말리펀트의 ‘숨기다|드러내다’는 개막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파 프롬 더 놈(Far From The Norm)의 ‘젠 20:20’, 영국 신진 무용가 로비 싱의 ‘더글라스’, 이고르 & 모레노의 ‘이디엇-싱크라시(Idiot-Syncrasy)’도 국내에 소개된다..

스페인에서는 댄스 시어터부터 미니멀까지 각양각색의 작품이 한국을 찾는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라 베로날의 ‘죽은 새들’은 피카소의 동명 회화 작품을 모티브로 피카소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다룬다. 가족을 위한 아우 멘츠 댄스시어터의 무용극 ‘그림자 도둑’, 기 나데르의 신작 ‘시간이 걸리는 시간’도 주목할 작품들이다.

△올해로 성년…“내년부터 정체성 강화”

한국 현대무용의 최근 경향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커뮤니티 댄스의 선구자로 불리는 안무가 최보결은 보결댄스라이프와 함께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과 함께하는 ‘물의 달’을 준비 중이다. 정가를 전공한 아티스트 정마리는 한국전통음악·서양중세음악·현대무용·미니멀리즘 설치미술을 결합한 ‘정마리의 살로메’를 선보인다.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올해는 페미니즘을 다룬 작품부터 힙합을 바탕으로 한 작품, 아이들을 위한 무용극 등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예술감독은 “20년 전 시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현대무용을 알려야 한다는 계몽적인 사고방식이 있었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축제의 성격을 강화한 시댄스의 정체성을 앞으로는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댄스는 오는 10월 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강대 메리홀 대극장·CKL스테이지·디큐브시티 프라자광장 등에서 열린다.

개막작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 ‘숨기다|드러내다’의 한 장면(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