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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안녕하신가'…온몸으로 건네는 인사

- 심사위원 리뷰
전미숙무용단 '바우'
관습적 인사 제스처 춤으로 표현
'이중적 모티브' 활용 두드러져
전미숙무용단 ‘바우’의 한 장면(사진=BAKI, 전미숙무용단).


[이지원 한국체대 생활무용학과 교수] 전미숙무용단의 신작 ‘바우’(9월 9·1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가 지난달 국내에서 초연됐다. 영국, 독일 등의 페스티벌에 초청돼 이미 극찬을 받은 작품으로 무대화된 지 3년 만에 한국 관객과 처음 마주했다.

안무가 전미숙은 자신의 철학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움직임, 정제된 연출, 그리고 건축적 조형감으로 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신작에서는 내재화되고 습관화된 인사가 어떻게 사회 속에서 인식의 간극을 탐색하며 관습적 제스처로 발산되는지 조명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의 일상적 만남과 소통을 모토로 작품을 구상했다. 또한 움직임의 이미지가 전달하는 춤의 깊이를 절충적 미학을 통해 그려냈다. 특별히 이번 작품에서는 ‘움직임의 조율’과 ‘이중적 모티브의 합’이 선명한 색감으로 채색됐다.

먼저 안무는 국제적 감각을 입은 몸의 현시적 조율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카운터포인트를 활용해 질서와 자율을 넘나들며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희열을 맛보게 했다. 현대인의 모습을 의상과 조명을 통해 수평적 시간으로 위치하게 했고 움직임을 통해 각각의 무용수를 흥이 있는 자율적 개개인의 모습으로 치환시켰다.

무용수 임샛별의 탄력적 수용과 안남근의 절제된 분출, 그리고 양지연의 품격 있는 몸의 코드가 한데 어우러졌다. 이주희와 송승욱의 움직임도 가히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지니는 힘과 에너지, 그리고 절제는 안무의 합을 기반으로 특색을 이루었다. 구조의 반복과 구성의 변형 위에 안무의 건축적 조형감이 더해졌다.

또한 전미숙의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이중적 모티브의 합이었다. 자율적 시간의 횡단을 세련된 현대적 이미지로 재탄생시켰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 만나게 되는 회피의 순간은 두 손을 뒤로 한 고고한 학춤으로 표현했고, 어긋나고 부딪히는 삶의 순간은 풍성한 고쟁이와 양복의 상의를 입고 추는 3박자의 호흡과 호탕한 몸짓으로 풀어냈다. 현대인이 말하는 소통과 위선의 가식은 술잔, 부채, 가면의 변주로 굽이치는 걸음걸이의 변형으로 확장시켰다. 현대춤의 몸짓 안에는 한국 전통의 면모가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한편 바닥에 펼쳐 놓은 한 평 남짓의 멍석은 치열한 사회적 위치를 점하는 희소의 공간이자 경쟁의 (돗)자리지만 동시에 인간 몸을 누일 수 있는 평안함의 공간이길 기대하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 여행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은유는 더함도 덜함도 없는 완전한 지점이었다.

본 작품은 전미숙 안무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한 편의 마술이었다. 전 안무가의 사고는 음악을 맡은 김재덕의 개성적 선율과 의상을 담당한 최인숙의 선적 질감, 그리고 무대미술을 맡은 이태양의 조형적 색감에 투사돼 반영됐다. 현대인의 복잡한 내면 심리는 미니멀리즘적 선율로 조율됐고 이는 보편적 공감대를 이루는 소품과 연출로 파장을 이뤘다.

전 안무가가 지니는 구도자적 포용력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이중성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 모티브를 장악하는 힘을 발산했다. 2017년 최고의 컨템포러리 작품으로 회자될 무대로 전 안무가의 존재와 명성이 입증된 찬란한 순간에 관객 모두가 취해있었다.

전미숙무용단 ‘바우’의 한 장면(사진=BAKI, 전미숙무용단).
전미숙무용단 ‘바우’의 한 장면(사진=BAKI, 전미숙무용단).
전미숙무용단 ‘바우’의 한 장면(사진=BAKI, 전미숙무용단).
전미숙무용단 ‘바우’의 한 장면(사진=BAKI, 전미숙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