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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장 혼란 키우는 설익은 8·2대책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다주택자 퇴로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 중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방안 등을 8·2 부동산 대책에 담아 다주택자에게 “내년까지 집을 파시라”고 압박했지만 집을 살 사람들의 대출을 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이번 대책에 따라 강화되는 대출 한도의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실수요자’의 요건을 당초 규정과 달리 한 차례 완화 조정했다. 실수요자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연소득 6000만원 이하였던 대상자를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확대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세부적인 지침 없이 ‘던지듯’ 발표하고 보니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주택 거래를 진행하고 있던 수요자들은 대책에 따라 바뀌는 대출 규제나 거래 제도 등이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인지 조차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장의 이 같은 혼란은 5년 만에 부활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지정에 따른 효과를 유예없이 적용했다는 데에 있다.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로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는 순간 대출 규제를 비롯한 19개의 규제가 즉각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6·19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이번 대책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하지만, 주무부처 장관이 휴가지에서 돌아와 곧바로 대책을 발표할 만큼 시장에서는 급작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다주택자=투기수요’로 일괄적으로 규정해 옥죄다 보니 여기 저기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역대 부동산 정책과 달리 이번 정부는 실수요 중심의 일관된 정책을 펴간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투기 수요 근절’이라는 도그마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수요자는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