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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전자 M&A와 삼성의 총수 부재

기업 총수의 역할 '한발자국 앞설 방법 찾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무시절이던 2006년 9월 독일 베를린 ‘IFA 2006’ 행사장을 찾은 모습. 그는 다음해인 2007년 9월에도 IFA에 참석한바 있다.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LG전자(066570)는 지난 7월 27일, 매출 14조 5514억원, 영업이익 6641억원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고 올 상반기 수익은 작년 한해 벌어들인 금액을 뛰어넘는 호(好)실적이었다. 그러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6만 6500원으로 2% 넘게 떨어졌다. 바로 전달인 6월까지 9만원에 육박하던 주가가 실적 개선에도 불과 한 달만에 3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주가 하락의 결정적 원인은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전망치)에 못 미쳤고 하반기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LG전자가 미국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주가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증권가 리포트와 함께,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을 맡은 VC사업부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자 반등이 시작됐다. 특히 지난 29일 LG전자가 미래 성장 사업 준비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자동차부품업체인 ‘ZKW’을 1조원대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조회 공시가 나오자, 30일 주가는 8만 2300원을 기록하며 단 하루 만에 10.62%나 급등했다.

업계에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과감한 M&A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총수의 결단이 회사의 가치와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글로벌 IT·전자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등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전장 분야에 사활을 걸며 앞다퉈 M&A에 나서고 있다. 미래 성장 분야를 선점하지 못하면 현재의 1등 기업조차도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글로벌 전장 1위 기업인 미국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 기소되고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의 총수 부재 상황 장기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하만 인수 이후 1년 가까이 삼성은 굵직한 M&A를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권오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7년 9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윤종용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인 ‘IFA 2007’에 참가했다. 그리고 LG전자 부스를 찾아 카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관련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이 부회장은 당시 관심을 보인 이유에 대해 “삼성이 만들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9년 뒤 전장 사업 확대를 위해 80억 달러(약 9조원)를 배팅해 하만을 인수했다. 그러나 오는 9월 1일부터 열리는 ‘IFA 2017’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삼성을 창업한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은 사업 성공의 비결에 대해 “한발만 앞서라. 모든 승부는 한 발자국 차이다”라고 했다. 이 한 발자국을 앞설 방안을 찾는 일, 바로 총수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