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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큰 울림 남긴 라가르드의 쓴소리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기업 체질개선도 병행해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웃나라 일본의 아베 정권은 누가 뭐래도 우파다. 하지만 경제는 좌우가 없지 않은가. 아베 정권이 노동소득 확대에 사활을 거는 건 특기할 만하다.

결과는 어떨까. 아직은 실패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0.1%에 그쳤다. 지난 3년(2014~2016년)은 오히려 0.5% 하락했다.

분석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건 일본 기업들이 엔저(低)로 수익성이 좋아졌음에도 임금 인상을 주저한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재계에 임금 인상을 압박해서 ‘관제춘투(官製春鬪)’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도 기업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건 환율이 ‘진짜 실력’은 아니라는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역량을 키우려면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이 필수다.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고, 그로 인해 생산을 늘려 임금을 더 인상하자는 아베식(式) 경제 선순환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거시경제에 밝은 한 금융권 고위인사는 “일본뿐만 아니라 소득 주도 성장론으로 성공한 나라를 알지 못 한다”면서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도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은 수출 주도 성장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전체 소득 중 보통 직장인이 가져가는 정도(노동소득)가 기업의 몫으로 남는 이윤(자본소득)보다 낮아지고 있는 데도, 경제는 여전히 바닥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걸 소비성향이 높은 임금소득자로 더 돌려보자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임금을 더 받으면 그만큼 국내에서 돈을 많이 쓸까.

기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본처럼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월등하게 빠르다. 노후생활의 불안은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게다가 1400조원의 부채가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인사는 “임금 인상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바람직한 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 뿐더러 임금이 올라간다고 해도 소비로 연결될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만에 하나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는다고 하자. 그 반대급부로 수출과 투자는 감소할 가능성이 클텐데,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계속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역시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다.

때마침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속도조절론(論)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쓴소리로 봐야 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방한 중 유독 공급의 생산성을 강조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일본부터 들여다 보자. 정부 정책만으로 경기가 산다면 위기라는 건 왜 있겠는가. 우리 경제에 절실한 건 성장을 위한 기업의 피나는 노력이다. 세상사 무슨 일이든 고통이 없는 성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