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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다, 시바…욕이 아닙니다

유통업계, 유머 입힌 'B급 코드' 마케팅…효과는 A급
재치있는 유머 앞세우자 제품 판매량도 '껑충'
"긴 상품 설명보다 한 가지 파격문구가 효과적"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점심시간 회사 근처 편의점에 치약·칫솔세트를 사러 갔다가 한 제품을 보고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마음을 쏙 빼다 박은 문구가 적혀있어서다. 가격은 동종 상품보다 1000원 가량 비쌌지만 고민하지 않고 샀다. 그가 집어든 상품은 LG생활건강이 ‘시로&마로’와 협업해 만든 치약·칫솔세트. 포장에 적힌 문구는 ‘떠나고 싶다 시바…’였다.

◇ 고정관념 깨는 생활용품 포장들

LG생활건강 ‘시바’ 시리즈. (사진=LG생활건강)
유통업계가 저급하지만 튀고 친숙한 ‘B급 코드’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된 생활용품 시장에서 가격 및 품질 면에서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제품 포장에 오락성을 극대화한 그림이나 문구를 새겨 소비자 시선잡기에 나선 것.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 9월 배달 앱(APP)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고 ‘여행용 세트’를 출시했다. ‘여행용 세트’는 샴푸, 린스, 바디워시, 클렌징폼, 칫솔, 치약 6가지 여행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가격은 7500원. 상품은 색다를 게 없고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특색은 문구에 있다.

CU의 ‘배민 여행용세트’.(사진=CU)
CU는 유머러스한 문구를 제품 파우치에 적었다. 패키지에 제품명 대신 여행용 세트 사용 상황을 묘사한 ‘난 이미 글렀어, 너 먼저 씻어’란 문구를 새긴 것. 개별 제품에도 ‘샴푸-대충 4박 5일치’, ‘치약-대략 일주일치’, ‘칫솔-아마도 마지막 생존자’ 등 사용량과 관련한 제품 설명을 재밌게 표현했다. CU는 여행용 세트 외에도 치약·칫솔세트 ‘이빨청춘’도 함께 선뵀다.

효과는 탁월했다. 이 여행용 세트는 지난해 11.3%에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16.0% 두 자릿수 매출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 네이버 웹툰 작가 ‘이말년’과 협업해 이달 선뵌 ‘이말년 핫팩’ 시리즈도 인기가 좋다. CU의 최근(11월16~22일) 핫팩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0% 늘었다. ‘말년엔 핫팩’이라는 제품명이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은 결과다.

CU ‘이말년 핫팩’ (사진=CU)
최근 세븐일레븐도 배민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븐일레븐은 유음료, 스낵, 비식품류 등 모든 상품군에 걸쳐 배민 특유의 언어유희를 활용한 문구와 디자인을 차용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오재용 세븐일레븐 상품부문장은 “최근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재미와 친근함을 더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스토리와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짧고 굵게…100번 설명하는 것보다 강한 한 방이 더 효과적”

유통업계가 B급 코드를 입힌 상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바이럴(입소문 등으로 자발적으로 이슈를 양산하는 것)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특색 있는 상품의 경우 누리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사진을 공유하면서 ‘셀프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실제 LG생활건강이 시바견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시바 상품’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수가 13만개에 달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마케팅 관계자는 “제품 홍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에 제품의 특징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라며 “그러기에 파격적인 문구 혹은 시각적인 장치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제품 효능 100가지를 내세우는 것보다 파격적인 하나를 강조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