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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19대 대선이 남긴 것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문재인 후보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을 들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촛불 집회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촛불집회가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극대화됐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치적 효능감이란 자신의 정치적 행위가 정치권이나 정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느낌을 의미한다. 이런 정치적 효능감이 높으면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7.2%로 지난번 대선보다 투표율이 1.4% 높아지는데 그쳤다. 더구나 이번 대선에는 최초로 사전 투표제가 적용됐으며, 투표 시간도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밤 8시까지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예상 밖의 낮은 투표율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듯 낮은 투표율은 이른바 ‘샤이 보수’라고 불리는 합리적 보수층이 ‘문재인 대세론’의 영향을 받아 투표를 하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듯 높지 않은 투표율일 경우, 지지층의 외연확장성은 낮지만 후보에 대한 지지층의 충성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반대로 투표율이 높으면 지지층의 외연확장성이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안철수, 심상정 그리고 유승민 후보처럼 지지층 확장성은 높지만 지지층의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후보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승인으로는 보수의 분열을 들 수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를 보면, 중도와 보수를 포함해 보수 유권자들이 선택 가능했던 후보들, 그러니까 홍준표, 안철수 그리고 유승민 후보의 표의 합은 50%를 넘었다. 하지만 이들 표가 세 후보에게 나눠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과거의 대선과 같이 후보 단일화, 그러니까 이른바 반문연대가 현실화 됐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세 번째의 승인으로는 이번 선거가 졸지에 치러진 대선이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졸지에 대선이 치러지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잠재적 대선 후보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한반도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고,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될 만큼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는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19대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영남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정통성을 갖추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40% 후반대 혹은 과반이 넘는 지지를 받았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영남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지역구도가 약화됐다는 의미와 함께 정책을 추진해야 할 대통령으로서 강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후보보다 훨씬 높은 득표를 했다는 점도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호남에서의 지지획득은 야권 대통령 후보로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호남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하더라도 그 정통성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될 뻔 했다. 하지만 호남에서 1위를 함으로서, 야권 대선 후보로서의 정통성을 갖췄고 동시에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과를 거둔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은 중요한 과제 또한 갖고 있다. 역지사지를 통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60% 가까운 국민들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성공을 해야 새 정부가 추진하고 싶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권은 다른 부분은 몰라도 국민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정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