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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문재인' 방식의 외교에 바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불과 며칠 전 프랑스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39세의 정치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으로 극우 정부의 출현은 피하게 되었지만, 프랑스가 직면한 실업, 테러, 인권, 종교등과 같은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의구심으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 ‘이민자’로 상징되는 글로벌 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이 내건 공약으로 판단컨대, 트럼프 행정부나 브렉시트(Brexit)처럼 대외관계에 장벽을 쌓고 이민자를 금방이라도 쫓아 낼 기세는 아니지만, 프랑스인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외교적 관용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서론이 좀 길었다. 문재인식 외교를 주문하면서 프랑스 대선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 외교가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영역과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하자는 취지이다. 세계는 지금 소위 ‘스트롱맨’들의 등장으로 인해 자유주의 정신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아베 총리 등과 같은 국제 무대의 지도자들은 물론, 이민자와 테러 문제로 골치가 아픈 유럽의 다수 국민들은 세계 시민들과의 공존에 인색한 편이다. 소위 21세기 형(型) 국가이기주의와 글로벌 자유주의의 움츠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약퇴치를 명목으로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이 확산되고 있는 필리핀, 인종갈등의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드는 남아공, 지구촌 곳곳은 마치 갈 길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질문을 하나 제기하게 된다. 냉전 종식 이후 거대한 물결처럼 진행된 세계화와 국제자유주의의 확산은 여기서 멈추는 것인가?

결론만 얘기하자면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지난 수 백년 동안의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건대 여러 차례의 고비는 있었지만, 결국 국제사회는 하나의 거대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언제나 전진해 왔다는 것이다. 나치즘, 세계대전, 냉전 등이 대표적인 고비로 지목되었지만, 인류는 매 번 고비를 넘어섰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조정기라고 설명한다. 정교하게 디자인되지 못한 세계화가 불협화음을 빚어낸 관계로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말고는 자원상태가 거의 전무(全無)한 한국의 경우 세계가 담을 높이 쌓아올리는 순간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문재인식 외교에 새로운 주문을 하고자 한다. 세계화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틈을 타서 인권, 환경, 여성, 빈곤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들에 우리가 목소리를 내보자. 모두가 최우선 외교 현안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하는지를 손꼽을 때, 모두가 북핵문제 해결에 외교안보 자원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는 고개를 들고 바깥 세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위협들에 평화와 정의의 가치를 담아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제공하는 코리아가 되어보자. 한반도는 초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고, 이들 국가들은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풍부한 외교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에 둘러싸여 동북아 지역에 매몰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동북아를 벗어나 전 세계를 네트워크적으로 연결할 힘은 우리가 제공하는 한국형 국제표준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독일은 현재 잠시 위축되고 있는 글로벌 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채 100년도 되지 않는 과거에 유태인을 학살하고 전세계를 비극으로 몰아넣었던 점을 기억하면, 다시 한 번 역사의 아이러니에 깜짝 놀라게 된다. 지금의 독일도 벤치마킹하고, 무력은 약하지만 평화와 도덕을 무기로 국제사회의 외교 강국이 된 북유럽 국가들과 캐나나도 유심히 관찰하여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평화와 정의의외교 전략을 고민해 보자.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남북한 통일을 기대한다면, 평소 평화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노력이 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