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 기업 > 기업일반

[데스크 칼럼]황사장의 '갑질 진화' 대응법

단속 비웃는 끊없는 갑질의 진화
갑질피해 해외에서 활로찾는 중소기업들
갑질진화의 생명력은 환경변화가 좌우
[이데일리 류성 벤처 중기부장] 최근 연매출 300억원 규모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황모 사장을 만났다. 남들이 쉽사리 흉내내지 못하는 혁신제품으로 매년 매출을 2배 가까이 급성장시키고 있는 잘나가는 중소기업인이다. 그는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에 식품을 납품한다. 이 회사제품은 주요 식품매장 중앙에 진열될 정도로 인기다.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힘들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 오너지만 사석에서 그와 직접 얘기를 나눠보니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끝없이 진화하는 대기업 ‘갑질’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유통업체 갑질이 사회이슈로 떠오르자 쉽게 드러나던 갑질은 많이 사라졌지만 더욱 교묘하게 갑질을 변형시켜 중소기업들 피해는 여전하다는 항변이었다.

그가 대표적으로 지적한 것은 물류비. 유통업체 본사가 자사 지역물류센터에서 전국 각 매장에 납품받은 물품을 배달해주는 대가로 기존에는 판매액의 8% 가량을 물류비 명목으로 납품업체들에게서 떼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유통점 본사들은 약속이나 한듯 물류비 비율을 은근슬쩍 15~17%로 2배 가량 올렸다. 기존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부담시키던 판촉·행사비등이 대표적 갑질로 지목되자 이를 물류비 인상으로 만회하는 꼼수를 부린 것. 그렇다고 그가 유통업체 본사에 불만 표시나 항의를 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런 일로 유통업체 구매담당자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곧바로 매장에서 쫓겨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이 중소업체는 거래 유통업체들에게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판매금액의 45~50%를 제공한다. 결국 100원짜리 물건을 팔면 유통점에 판매수수료와 물류비 등으로 60원 넘게 돌려줘야하는 셈이다. 최악은 요즘 수시로 매장마다 여는 상품 1~2개를 사면 1개를 공짜로 끼워주는 ‘1+1’,‘2+1’ 행사가 있는 달이다. 덤으로 주는 상품은 사실상 공짜 가격수준으로 유통점에 납품해야 하는 탓에 적자를 면키 어렵다. 유통업체에서는 갑질이라는 지적을 의식해 자발적으로 납품업체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꾸미지만 실제 그런 업체는 거의 없다는 게 황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이런 거래 조건에서 이익을 남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주요 유통매장은 회사 제품을 고객에게 알리는 전시관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유통업체들과의 거래에서 희망을 포기한 그는 요즘 미국,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에서 회사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유통점에 납품하는 것보다 해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게 안정적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처음 입점하고 나서 당초 계약조건에도 없던 이런저런 명목을 붙여 끊임 없이 괴롭히는 국내 유통업체들과 달리 외국 유통업체들은 한번 납품조건을 정하면 ‘뒤끝’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는게 황 대표 설명이다.

그가 유통업체들에게 당하는 갑질 사례는 예외적이거나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퍼져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진화의 생명력은 환경변화에 얼마나 적합하느냐에 달려있다. 갑질 진화도 예외는 아니다. 갑질을 묵인하는 사회환경이 지속되는한 갑질 진화는 계속될수 밖에 없다.